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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의 습격] ⑤ 촘촘하고 강해진 규제…"결국 비용"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규제부터 환경규제까지 갈수록 강화
건설사 부담도 가중…"인프라·인력 부족한 중소기업 영향 커"

[편집자주]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3.3㎡당 전국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 수준까지 다다랐다. 서울 강남 한복판 아파트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는데도 6000만원대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다며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일각에서는 1억원 넘는 분양가에도 고급 아파트가 속속 팔려나가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왜 이렇게 분양가가 치솟기만 하는지 그 원인을 파헤쳐본다.
서울 도심 아파트 건설 현장 전경. 한 단지를 건설할 때 현장의 건설 근로자, 안전 관리, 주택의 품질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규제가 적용된다.
서울 도심 아파트 건설 현장 전경. 한 단지를 건설할 때 현장의 건설 근로자, 안전 관리, 주택의 품질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규제가 적용된다.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마다 안전 시설 투자를 늘렸고, 관리 인력을 충원하는 등 관리 비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에는 해당 비용을 우리가 자체 부담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주할 프로젝트에는 해당 비용을 반영해 입찰에 참여해야 하니 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주택 건설 현장을 관리하는 건설사 현업 부서 담당자의 전언이다. 건설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가 분양가에 알게 모르게 녹아들고 있다. 가뜩이나 고금리·고물가로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 이행을 위해선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 새 규제가 다가온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물을 적용하기 위해 '친환경주택 건설기준' 개정안을 시행한다. 평가 방식별로 맞춰야 하는 에너지 기준을 지금보다 강화하는 게 골자다. 기준선을 높이면서 주택 건설비용은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가구당 주택 건설비용이 약 130만원 추가된다고 예상했다.

가구당 130만원씩 1000가구라면 산술적으로 총 13억원의 비용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로 인해 공사비가 130만원 추가로 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정 원가에 대한 추산치라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며 "사업장에 따라서는 제도가 시행돼 공사비에 반영되는 시점은 몇 년 뒤가 될 수도 있어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층간소음 해소방안' 역시 원가 상승을 부르는 요인이다. 공동주택 건설 시 층가소음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건설사의 보완 시공을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겠단 방침이 서있는 상태다. 시공 중간 단계에서도 층간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검사 가구 수도 현재 2%에서 5%로 확대한다. 모두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야 하는 사안이다.

건설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 중 하나다. 한 건설 현장에 영향을 끼치는 규제만 해도 각종 건설업 관련 규제 뿐 아니라 소방법, 근로기준법 등 다양한 규제들이 수백가지에 달한다. 여기에 친환경, 층간 소음 등 달라지는 사회 이슈에 따라 기존에 적용하던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친환경주택 건설 기준으로 공사비가 500만원이 든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는 초고층 건물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벽면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의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규제를 해서 미관상의 이유로 고가의 패널을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도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층간소음 해소방안의 경우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단계이고, 국민 주거 편의를 위해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며 "다만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관련 연구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 취지와 별개로 건설사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건설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대한건설협회 등 사업자 단체는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이에비해 건설현장 근무자들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전국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해 1월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엄중 적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 취지와 별개로 건설사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건설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대한건설협회 등 사업자 단체는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이에비해 건설현장 근무자들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전국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해 1월 서울 강남구 대한건설협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엄중 적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쁘다 바빠"…이미 챙길 규제도 산더미

이미 시행하고 있는 규제들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해 수급기업인 중소기업에게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별도의 협의 절차 없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납품대금 변경에 직접적으로 연동된다.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납품대금 연동제가 다양한 형태의 하도급 계약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워 현업에서 여러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건설업은 발주자-원도급자-하도급자로 이어지는 도급 구조 내에서 대금 지급이 이뤄진다"며 "발주자로부터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면서, 하도급자에게는 해당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각종 규제의 시행은 취지가 좋더라도 비용 측면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주52시간 근로제가 도입돼 시행되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났다"며 "과거보다 안전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전반적으로 최근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자들의 공사 기간이 확실히 증가하는 측면이 있고 기간이 늘어질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건설공사 현장에 대한 동영상 촬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지자체 차원의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로인해 건설사들의 계획수립과 촬영 및 보관 등의 업무가 부담이 되지만 한켠에서는 현장 근로자들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는 점은 또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이렇게 강해지는 규제 속에서 가장 부담이 큰 건 역시 중소형 건설사다. 전 실장은 "기존의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규제가 신설되고 강화되면 그만큼 관리 영역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추가적인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는 얘기"라며 "건설사의 99%는 중소기업이어서 역량이나 인프라를 갖추기가 어려워 규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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