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도시정비사업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치열한 시공사 수주경쟁이 벌어지는 현장이 있는가 하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지도 적잖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길음5구역에는 포스코이앤씨 한 곳만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3월 29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포스코이앤씨를 비롯해 △현대건설 △호반건설 △대우건설 △진흥기업 △대방건설 △금호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10개 건설사가 참석해 기대감이 커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아쉬웠다.
길음5구역 재개발은 최고 30층, 808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공급 물량은 조합원 300가구, 일반분양 360가구, 임대주택 149가구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 분양분이 전체 주택의 40% 이상을 차지해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예정 공사비는 2850억원으로, 3.3㎡당 798만원 규모다. 우이신설선 정릉역이 도보로 5분, 지하철 4호선 길음역도 멀지 않아 입지도 나쁘지 않다.
포스코이앤씨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격돌했던 현대건설이 길음5구역 수주전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끝내 발을 뺐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지만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가 없거나 한 곳이면 자동 유찰된다. 두 번째 역시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길음5구역 조합은 관할구청인 성북구청의 허가를 받고 이번 주 중 선정 입찰 재공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공사 찾기에 어려움을 겪기는 강남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서초구 '신반포27차'의 경우는 SK에코플랜트 단독 입찰로 수의계약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첫 입찰에서 아무도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공사비를 인상해 두 번의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SK에코플랜트만 단독 참여했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 사업지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네 차례나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가구수가 적은 사업지의 경우는 사정이 더 어렵다.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324가구), 마포로1구역 제10지구(231가구)는 유찰을 겪은 이후 아직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성이 높은 지역의 경우 여전히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격돌한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여의도 1호 재건축'인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기존 588가구를 허물고 최고 56층, 5개 동, 아파트 992가구와 오피스텔 96실 규모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당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현장을 찾아 표심 잡기에 나서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현대건설이 추후 인상 없는 확정 공사비, 동일 평형 입주시 100% 환급 등 조건을 내걸어 조합원의 선택을 끌어냈다. 공사비는 3.3㎡당 824만원으로 포스코이앤씨(3.3㎡당 798만원) 보다 높았지만 '소유주 이익 극대화' 전략으로 우위를 점했다.
2500여 가구, 예정 총공사비 약 1조7500억원에 달하는 용산구 한남5구역도 이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조합은 오는 30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7월 16일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한남5구역은 한강변 노른자 지역에 자리해 사업성이 높은 구역으로 꼽힌다. DL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제시할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 역시 수주전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원자재값 인상으로 과거에 비해 도시정비사업의 사업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건설사들 역시 선별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조합들이 공사비를 올렸지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인 경우도 있어 수주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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