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에 부는 AI 봄바람…독보적 'QLC' 기술 삼성전자·솔리다임 주목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그동안 메모리업체들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등의 초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에 필수적이라 요구되는 쿼드레벨셀(QLC)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의 수혜가 예상된다.

28일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북미 AI 기업을 중심으로 QLC 기반의 eSSD 수요가 크게 늘며 올해 QLC 낸드 매출이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QLC는 낸드의 기본 저장 단위인 셀(cell) 하나에 4비트(bit)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낸드 시장에 보편화돼 있는 TLC 방식은 셀당 3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

QLC는 이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제품으로, 저장 용량은 커지면서도 칩의 크기는 줄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 TLC보다 집적도가 30%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QLC 기반 eSSD는 빠른 전송 속도와 낮은 소비 전력이 장점이다. 최근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등에서 eSSD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QLC 낸드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저장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어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QLC 기반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보다 속도가 월등히 빠르면서도 소비 전력이 낮은 고용량 낸드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60TB 이상의 초고용량 eSSD는 QLC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초고용량 eSSD는 AI 시장 확대로 새롭게 발생하는 신규 수요로, 낸드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모리 업체들은 eSSD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낸드의 장점인 고성능, 저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데이터센터 공간 제약을 절약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초고용량 eSSD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기존 eSSD 용량을 크게 웃도는 60~120TB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업계에서 QLC 기반의 낸드를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이 유일하다. QLC 기술의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나의 셀에 담는 비트가 늘면서 셀 간 간섭 현상이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고,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도 복잡하다. 이에 QLC 기반 낸드를 대량 양산하는 삼성전자와 솔리다임의 수혜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eSSD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5%로 1위, 솔리다임이 32%로 2위다. 트랜드포스는 "큰 경쟁자가 없는 삼성은 고용량 QLC SSD의 타이트한 공급으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솔리다임도 SSD 주문 증가에 제품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SD의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올해 3분기까지 분기별로 5~10%가량 상승해 낸드 사업의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TCL(셀당 3비트 데이터 저장) 기반의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하며 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초고속, 초고용량 eSSD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올해 하반기에는 QLC 기반의 9세대 V낸드 양산으로 낸드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허성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Flash)개발실장 부사장은 "낸드플래시 제품의 세대가 진화할수록 고용량∙고성능 제품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극한의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과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며, "9세대 V낸드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는 초고속, 초고용량 SSD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