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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창투사 자금줄 '비상'...투자재원 다각화 노력 절실


 

올해 창업투자사들의 굵직한 자금줄이 됐던 국민연금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등이 내년 투자가 불투명해 창업투자사들이 투자조합을 구성할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내년까지 과거 2000년경 구성된 부실조합의 만기가 줄을 잇고, 중소기업청의 창투사 평가까지 더해져 대다수 중·소 벤처캐피털들이 '진퇴양난'의 위기에 놓일 것이란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사업자연합회의 한국IT펀드(KIF)가 올 해를 끝으로 3차에 걸친 출자를 마친 데다, 국민연금의 내년도 출자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모태펀드만이 특허청과 문화관광부 등의 자금을 통해 올 해와 비슷한 규모로 벤처캐피털 출자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모태펀드를 총괄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출자조합 선정에 있어 깐깐하기로 정평이 난 상황이어서 100여 곳에 이르는 벤처캐피털들의 자금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추가출자 여부, 창투사 집행여부에 달렸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벤처 투자조합에 대한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내년에도 출자를 이어갈지 여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내년도 벤처캐피털에 대한 출자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며 "최근 출자한 1천500억원의 자금이 어느 정도 소진돼야 추가로 출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출자금액 가운데 투자로 집행된 금액의 비중을 따져 추가출자를 결정하는 내부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단 캐피털 콜(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이 자금을 요구할 때마다 출자예정 금액의 일부를 내주는 방식)로 투자금이 배정된다 해도 일정 정도 투자가 집행돼야 신규 출자를 진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최근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은 6개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자금을 배정받은 곳들이 조속히 대상을 선별해 투자를 진행해야 추자 출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

국민연금은 내년 대체투자 재원으로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확보하고 있어, 창투업계가 출자금을 원활히 집행할 경우 추가 자금이 부족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내부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편 올 해의 경우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그리고 중소기업청의 3대 벤처캐피털 출자금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통신사업자연합회가 각각 1천500억원, 940억원을 출자했고, 중소기업청은 연내 모태펀드 2차 출자를 통해 총 1천700억원을 벤처캐피털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여타 기관 및 대기업, 그리고 벤처캐피털의 자체 자금을 엮어 올해 구성되는 신규 투자조합의 규모는 8천억원 가까이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학교재단 등 새영역 출자유도 적극 모색해야

내년 벤처캐피털 업계의 투자자금 재원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이나 모태펀드에 매달리기보다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열린 제 47회 벤처포럼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 이후 하버드나 예일, 듀크 등 대학재단의 벤처캐피털 출자가 매년 20% 안팎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서울대학교 등에서 발전기금을 통해 출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진한 상황.

학교재단에서 벤처투자를 꺼리는 것은 미국과 달리 대체투자 수단으로서 벤처캐피털에 대한 출자 위험도가 너무 높다고 인식되기 때문.

따라서 무엇보다 창투사들이 올부터라도 벤처투자 재원을 수익률 위주로 사용해 성공률을 높이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또 벤처캐피털협회를 중심으로 연·기금이나 공제회, 보험사 등이 창투사 투자조합에 출자할 수 있도록 법률 제한을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지원도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중·소규모 기관투자자의 출자금을 모아 하나의 펀드를 구성, 모태펀드와 같이 철저한 심사과정을 거쳐 창투사에 투자함으로써 벤처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한다는 것이다.

김현우 보스톤창투 사장은 "코스닥에 입성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벤처기업 경영자들을 엔젤투자자로 육성, 장외 벤처기업에 대한 재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새로운 대안"이라고 제시한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업계가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난립하고 있는 업체들을 스스로 구조조정하고,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과 함께 투자조합에 대한 출자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업계 "투자할 곳 없다는 건 '어불성설'"

한편 국민연금의 경우처럼 출자할 수 있는 재원이 있는데도 창투사들이 기존 재원을 소진하지 못해 추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할 만한 벤처기업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벤처 붐이 꺼진 이후 신생 벤처기업의 수가 줄어든 데다 휴대폰 및 액정표시장치(LCD) 장비·부품제조 관련 유망 벤처기업의 경우 이미 창투사들이 앞다퉈 투자를 집행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에 대한 출자가 대개의 부실 창투사들을 존속시키기 위한 '눈먼 돈'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 업계는 이같은 일각의 우려에 반대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IT 389 전략'과 함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무선태그(RFID),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새로운 영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대상 벤처기업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

고정석 한국벤처캐피털협회장은 "IT 강국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에 없는 IT 영역이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며 "투자대상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의 출자금에 대한 집행이 늦어지는 것은 올 출자가 최근에서야 진행된 데다, 창투사들이 투자대상 기업의 기술력 등을 평가하는데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여타 기관의 출자 확대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벤처캐피털 업계는 소규모로 분산투자를 하기보다 될성부른 벤처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과거 경험에서 깨달은 만큼, 보다 많은 자금의 집중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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