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 노사가 임금협상을 앞두고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금융노조는 주4.5일 근무와 8.5% 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주요 기업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 6일제를 도입하며 비상 경영에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1차 산별 중앙교섭을 진행했다. 강석훈 산업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박종석 금융결제원장과 해당 기관의 노조위원장이 참석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총액 임금 기준 8.5% 인상 △주4.5일제 도입 △청년 채용 확대 △과당 경쟁 근절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저지 △사회공헌기금 조성 등을 요구했다.
금융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8.5%의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최근 5년 기준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노조는 경제 성장률, 소비자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해 이번 임금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시국에 맞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경기가 악화하자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비롯한 대기업에선 임원 주 6일제를 도입하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4.5일제 도입은 이자수익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쉽게 돈벌이한다는 은행권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15조원의 손실을 보자 경각심을 갖기 위해 임원들이 자발적 주 6일제 근무를 도입했다. SK그룹도 '토요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부활했다. 은행들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4.5일제 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19일 "주요 그룹사가 주 6일제를 시행하는 마당에 4.5일제 도입과 8.5% 인상은 국민에게 강한 거부감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높은 수준의 요구로부터 시작하는 협상 과정일 수는 있지만, 과한 부분이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게다가 사측은 2조원에 달하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자율 배상과 상생 금융으로 비용 부담이 커져 순익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8.5% 인상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하소연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19.7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는 "ELS 배상, 상생 금융에다가 경제도 어려운 만큼 은행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물가상승률 혹은 공무원 임금 인상률과 유사한 수준으로 맞춰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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