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거나 조합 집행부가 해임되는 등 사업이 멈춰 선 현장도 늘어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3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자인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의 공사가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조합은 2019년 시공단과 가계약을 체결한 후 2022년 7월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계약 이후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시공단은 지난해 공사비를 3.3㎡당 445만원에서 672만원으로 약 51% 인상하고 공사기간을 46개월에서 53개월로 연장해달라고 조합에 요청했다. 이후 양측은 공사비 협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공사비 간극을 좁히지 못하며 시공사 계약이 해지되기에 이르렀다.
공사비 갈등으로 집행부 해임을 결의한 조합도 나왔다. 노원구 상계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13일 총회에서 기존 조합 집행부 전원에 대한 해임과 직무 정지 안건을 가결했다. 해당 단지 또한 시공사인 대우건설·동부건설 컨소시엄은 공사비를 3.3㎡당 472만원에서 595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조합 내 갈등이 커진 바 있다. 지난해 12월 임시총회에서 공사비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된 관리처분계획안 수립 안건이 상정됐지만 부결됐고 이후 부정투표 의혹과 조합장 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두 단지 모두 계약 당시보다 크게 오른 공사비가 갈등의 원인이 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지난 2월 전체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잠정)로 전월(154.52) 대비 0.29 올랐다. 2015년을 기준(100)으로 공사비 가격 변동을 수치화한 지수는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공사비 갈등에 정부는 민간 건설공사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공사비 산정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고 공사비 분쟁이 우려되는 지역에는 전문가를 파견해 공사비 분쟁을 중재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의 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의 공사비 중재안 모두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인 만큼 이미 갈등이 깊어진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시공사 계약을 해지한 후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는 현장이 많다는 점이다.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멈춘 사이 발생한 금융 비용으로 조합원 부담이 커지고 공사비가 현재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공사비로 인한 추가 갈등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비사업 지연으로 인해 입주지연과 소송 등으로 조합원들 피해가 커질 수 있어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공사비 상승은 인건비 문제가 크고 자재 가격 자체가 상승한 만큼 공사비가 떨어지기는 어렵다"면서 "이미 상당히 상승한 만큼 한동안 현재 수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사비가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경기도 남양주 덕소2구역 재개발 조합은 기존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놓였지만 다른 시공사를 찾지 못하면서 기존 시공사와 재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합의하기까지 일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조만간 합의안이 나올 정도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동시에 시공사 해지 후 시공사와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현장도 적지 않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도 지난해 1월 GS건설과 시공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해 11월 공사비 인상을 이유로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시공사는 입찰보증금(대여금) 반환청구와 시공이익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계약 해지 사유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합에서 별다른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행이익(체결된 계약이 이행되었더라면 얻게 되었을 이익)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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