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정부가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총선을 앞둔 며칠 전, 오랜 만에 만난 통신 업계 관계자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방송통신위회원가 이통3사 임원을 불러 전환지원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였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이렇게 기업에 개입하는게 맞냐는 하소연을 털어놨다.
정부는 올해 3월 이통3사가 번호이동 고객에게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전환지원금' 제도를 도입했다. 당초 정부가 공약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가 이른 시일 내에 불가능하자, 전환지원금을 통한 통해 총선 전까지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정부가 원하는 만큼 전환지원금을 내놓지 않자, 정부는 전환지원금 인상을 위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과기부와 방통위는 이통3사 임원을 수차례 불러냈으며, 대통령실까지 나서 "통신 3사의 책임있는 결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통신사 간 담합 가능성을 점검, 혐의가 포착될 경우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경고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통신사는 전환지원금을 최대 30만원까지 올렸지만, 실제 정부가 예상한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ICT 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52만건으로, 지난 2월(50만건), 1월(56만건)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전환지원금은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넘어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환지원금 정책의 문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방식이 '반(反)시장적'이라는 점이다. 통신 사업은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기간 사업이면서 동시에 엄연히 자율성을 인정받는 민간 사업이다. 정부는 총선 전까지 가계통신비 인하 성과를 어떻게든 내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전환지원금 수준에 대해 개입을 시도했다. 시장을 이겨낸 정부는 결국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지난 몇 개월 간 정부의 통신 정책은 총선만을 향해 내달렸다. 그 사이 '알뜰폰'과 '제4이통사'와 같은 통신 시장의 구조 개선을 위한 장기적 정책은 도외시 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올바른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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