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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믿어달라던 그, 가혹한 믿음의 대가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곧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는 대표 말만 듣고 수억원을 투자했어요. 거래정지 후에도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며 무릎 꿇던 대표를 믿었고요. 믿은 결과가 이러니 너무 분합니다."

지난 달 29일 경기 김포시에서 열린 셀리버리 제10회 정기 주주총회가 수많은 주주들의 분노와 울분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작년 거래정지 직후 "다시 한 번 믿어달라"며 주주들에게 무릎을 꿇고 읍소했던 조대웅 대표가 일 년 만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이런 상황은 지난달 초 열렸던 임시 주주총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셀리버리는 주총 개최 이틀 전 서울에서 경기도로 급히 주총장을 바꿨다. 하지만 먼 길을 달려온 주주들을 맞이한 건 수십명의 경호원들 뿐이었다. 통상적으로 주총장에 준비돼 있는 안내문, 현수막 등은 전무했고 주총장 출입증마저 없어 투표용지가 임시 출입증 역할을 대신했다.

이날 정기 주주총회는 소액주주들의 지분 불인정, 교차검수 거부, 의결권 집계 시간 소요 등의 문제로 당초 시작 시작보다 9시간 늦게 열렸다. 죄송한 기색 없이 나타난 조대웅 대표의 모습에 주총장 곳곳에선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4억원을 투자했다는 주주 A씨는 "조 대표는 각종 SNS를 활용해 주주와 소통하며 투자 유치 소식을 알렸다. 대표가 직접 호재를 전하는데 안 믿을 주주가 어디있나"라며 "소통에 활발하던 대표가 이젠 더 이상 주주와 대화하지 않으려 하고 오히려 소액주주를 공매도 세력이라고 폄훼한다"고 억울해했다.

또 다른 주주 B씨는 가족과 함께 투자해 수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본인의 손실은 적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퇴직금, 노후자금, 자식 결혼자금 등 목돈을 들여 투자해 큰 손해를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가) 주총장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거래정지 될 줄 몰랐다고 고개를 숙이고, 거래재개에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그렇게 한 번 더 믿은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뭐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경호원 십여명에게 둘러싸여 주총을 개최한 조 대표는 순식간에 의안을 처리했다. 주주들이 이의있다며 항의해도, 임시 감사인이 감사 보고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도 강행했다. 출석 주주 중 몇 퍼센트가 찬성·반대했는지 정확하게 알리지도 않았다.

지난 임시 주총에 이어 이날도 참석한 기관 투자자는 조 대표가 떠난 뒷자리를 보며 "수많은 주총을 다녔지만 이런 주총은 또 처음"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총장을 찾은 투자자들이 가장 바랐던 것은 조 대표의 거래 재개 의지, 경영 판단 착오에 대한 뉘우침, 현실성 있는 회사 정상화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장폐지가 되면 저도 죽는다"는 무책임한 말과 "죄송하다"며 진심이 담기지 않은 짧은 인사가 투자자의 분노를 더욱 들끓게 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3년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폐된 기업 44개사 중 37개사는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행위는 좀비기업의 퇴출을 지연해 주식시장 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선순환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뿐 아니라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고 주식시장의 신뢰와 가치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몰지각한 상장사 경영진은 투자금이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꾀어낸다. 그러다 이익이 생기면 '내 회사'란 생각에 자신의 몫을 우선하고 회사에 기꺼이 투자금을 내어준 주주들을 외면한다.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을 땐 줄행랑을 친다.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전면에 나선 만큼, 더 이상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금융당국은 물론 상장사 경영진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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