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8년 전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친 이세돌 9단이 AI 기술 발전을 두려워하는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19일 구글코리아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세돌 9단은 은퇴 후 근황 등을 물은 질문에 답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3월 당시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많은 이들은 이 9단의 우세를 점쳤던 가운데, 예상을 뛰어넘는 알파고의 실력에 이 9단은 1승 4패로 대국을 마무리했다. 이 9단은 2019년 은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유일한 프로 기사로 남았다.
이 9단은 "AI가 은퇴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면서도 "은퇴 이후 생성형 AI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8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고하며 그는 "좀 쉽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며 "막상 보니 벽에다 테니스공을 치는 느낌이었을 정도로 (알파고가) 너무 잘 두다 보니 (스스로) 안일하게 준비를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AI가 바둑을 배우는 방식에 가져다 준 변화를 물은 질문에 "(저는) 바둑을 혼자서 고민하고 둘이 만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로 배웠다면 AI가 나온 이후로는 (바둑이)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히는 것 같아서 예술성이 퇴색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AI를 보고 배우는 기보(바둑을 둔 내용의 기록)의 내용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배우고 즐기는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고 본다"며 "어떤 수가 좋고 나쁜 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원칙과 기준을 세우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9단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AI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몰랐던 단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속도를 조절하고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AI를 두려워하는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든 느끼지 않든 기술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당장 AI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공포는 조금 과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AI 기술이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이 방향으로 발전이 없다면 인류는 굉장히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며 "AI 기술은 그 정도로 절대적"이라고 역설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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