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1개를 남겨놓고 퍼펙트게임이 무산된 기분은 어떨까. 마이크 무시나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2001년 9월 2일 무시나는 펜웨이파크 마운드에 섰다. 9회 2사까지 26타자를 모조리 잡아내는 기막힌 투구로 모든 야구팬의 시선을 한몸에 끌어모았다.
아웃카운트 1개만 추가하면 양키스 역사상 4번째 대기록을 세울 수 있는 상황. 양키스는 9회초 엔리크 윌슨의 2루타로 1점을 먼저 얻어놓았다.
9회 선두 트로이 오리리를 1루수 땅볼, 루 멀로니를 삼진으로 잡아낸 그는 대타 칼 에버렛과 맞섰다. 에버렛만 잡으면 적의 심장부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째도 스트라이크였다. 퍼펙트게임은 이미 99% 달성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펜웨이파크의 관중은 박수를 칠 수도, 그렇다고 대기록 달성의 순간을 외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은 역사의 현장에 서 있었다.
야심만만하게 와인드업한 무시나는 힘차게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노리며 공을 뿌렸다.
순간 에버렛의 방망이가 공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정확히 방망이 중심부에 공을 맞혔다. 투구에서 타구로 변한 공은 그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됐다. 퍼펙트게임과 노히트노런이 동시에 무산된 순간이었다.
3만3천734명 관중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토록 사랑하는 레드삭스가 안방에서 수모를 면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하지만 무시나는 의연하게 마지막 타자 트롯 닉슨을 2루땅볼로 유도하고 경기를 끝냈다.
경기 뒤 무시나는 "은퇴할 때까지 이 경기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시나의 아쉬움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9회 1사 뒤 안타를 허용, 퍼펙트게임을 놓쳤고, 다음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는 8회 2사 상황에서 대기록을 날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전에서 무시나의 맞상대 투수는 데이비드 콘이었다. 콘은 99년 7월18일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상대로 양키스 역사상 가장 최근의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바 있다. '완전경기를 아무나 하나'는 생각이 콘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형태 기자 hors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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