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이 배를 삼켰다'
그라비티 경영권을 사실상 인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겅호온라인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 보면 이 표현이 딱 들어 맞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친동생인 손태장 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국내에 더 잘 알려진 이 회사는 라그나로크 매출 의존도가 거의 98%로 절대적이다.
라그나로크로 수년째 일본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 RPG)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라비티는 지난 2월 나스닥에, 겅호온라인은 지난 3월 일본 오사카증권거래소 시장에 각각 상장했는 데, 겅호온라인이 오히려 그라비티의 11배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그라비티는 시가총액 2천500여억원을, 겅호온라인은 2조8천여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 이후 그라비티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국내 온라인 게임을 가져다가 급성장한 해외 게임사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끌어 모은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워 이제는 오히려 국내 게임사들을 집어 삼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샨다는 지난 해 1천억원을 주고 국내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다.
라그나로크가 일본 온라인 게임 시장을 제패했다면, 액토즈가 샨다에 수출한 '미르의 전설2'는 중국 시장을 평정했다.
2001년만 해도 생사가 불투명했던 샨다는 미르의 전설2를 성공시키면서 기사회생했고, 이어 CCR의 '포트리스2 블루'(2002년 7월), 넥슨의 '비앤비'(2003년 4월) 등 한국 게임들을 줄줄이 가져다가 성공시켜 일약 스타덤에 뛰어 올랐다.
또 지난 해 나스닥 상장 후 중국 업체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샨다는 현재 1천여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제2, 제3의 액토즈나 그라티비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샨다의 성공 이후 중국 재계는 온통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지난해만해도 국내 게임을 거의 '묻지마' 식으로 수입하는 데 급급했던 이들이 올들어서는 국내 게임사들과 피를 섞어 자체 역량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겅호온라인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자체 게임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며 "국내 게임을 일본에 서비스하고 있는 우군일 뿐 아니라, 이제는 강력한 맞수로도 떠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개발력 뿐 아니라 자금력과 마케팅력 등을 키워 어서 빨리 글로벌 게임사로 올라서야 하는 이유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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