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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이원석 검찰총장 "선거범죄야말로 대표적 민생 범죄"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우리 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구성원이 공유하는 헌법가치와 질서를 부정하는 범죄야말로 대표적인 '민생범죄'라고 함이 마땅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올해 실시되는 22대 총선과 관련해 선거범죄를 '민생을 어지럽히는 대표적 거악'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이 총장은 31일 미리 공개된 2024년 신년사에서 "우리 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구성원이 공유하는 헌법가치와 질서를 부정하는 범죄야말로 대표적인 '민생범죄'라고 함이 마땅하다"면서 "'거악'으로 인해 당장 눈에 띄는 피해자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부정부패와 비리 그리고 부정선거와 경제범죄는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고 공동체를 붕괴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당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선거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이와 함께 "극단적 양극화가 고착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지 않아야 할 사법을 정쟁으로 끌어들여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반복적 검사 탄핵과 소속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적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그는 "최근 범죄를 저지르고도 세력을 동원해 수사와 재판을 맡는 형사사법기관을 흔들고 사법을 정쟁화해, 국가의 형사사법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아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민주주의의 붕괴는 사법시스템에 금이 가면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우리 사법시스템의 당연한 약속이 올곧게 지켜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최근 현직 검사들이 총선 출마와 관련해 잡음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서도 구성원들에게 경고했다. 이 총장은 "자가 굽으면 제대로 잴 수 없고, 거울이 흐려지면 제 모습을 비출 수 없다"면서 "형사사법을 담당하며 죄의 무게를 재는 우리는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사람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특히 정치적 중립은 검찰이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로서, 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작은 오해의 소지도 없도록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은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는(移山)것만큼 어려우나, 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如反掌) 것만큼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신년사 전문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사랑하고 존경하는 검찰구성원 여러분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웅비하는 청룡이 문 여의주(如意珠)가 의미하는 것처럼, 우리 검찰구성원 모두 뜻하는 일을 이루고 건강하며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를 설계하기에 앞서 지난 1년을 되돌아봅니다. 2023년은 우리 검찰이 ‘일하는 기풍’을 다시 진작하고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매진한 해였습니다.

검찰구성원 모두 어려운 여건에서도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신념으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방금 한 송금이 보이스피싱은 아닌지”, “아이들이 마약하는 것은 아닌지”, “스토킹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지”, “음주운전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지”,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나 있는지”, “귀가하는 가족이 안전한지”와 같이 국민들이 일상에서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검찰은 온 힘을 다하였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바다를 만드는 것처럼 지난 해 검찰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노력과 정성을 다한 결과, 아직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보이스피싱에 대하여는, 수사와 함께 예방에도 전력을 다해 피해금액이 전년 대비 24% 줄어들었고 1,231억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경찰·관세청·식약처 등 총 974명으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여 노력한 결과, 적발인원이 48%, 압수량이 43% 증가하여 마약청정국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스토킹 법령을 정비하여, 2년 전만 해도 경범죄로 다루어지던 ‘스토킹’ 범죄자 총 4,234명을 기소하였으며, 디지털성폭력과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하고 양형을 대폭 높여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대규모 전세사기 조직을 범죄단체로 처벌하고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은 법정최고형까지 구형하도록 하였습니다.

사법방해 사범에 엄정 대응한 결과, 무고 190%, 위증 49%, 범인도피 88%를 더 수사하여 형사사법 시스템이 제자리를 찾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수사에 치우친 실무관행에서 벗어나 공판에 역량을 쏟은 결과 1심, 2심 모두 무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여러 어려움에도 한 사건 한 사건 정성을 다해준 검찰구성원들의 헌신 덕분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해준 검찰구성원 모두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검찰구성원 여러분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책무와 소명은 막중하고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합니다.

혐오와 편가르기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나와 생각이 다르다’, ‘내 편이 아니다’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증오하고 적대시하여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극단적 양극화가 고착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지 않아야 할 사법을 정쟁으로 끌어들여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돈’이 다른 모든 가치 위에 있다는 사고가 만연하면서 마약, 강력범죄,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온라인도박, 불법사금융과 같은 악질적 범죄가 활개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디지털성폭력, 가상자산 범죄, 사이버 명예훼손, 지능형AI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과거 접하지 못했던 범죄들도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어려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에 답이 있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검찰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 재산을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 검찰은 바로 이 일을 반듯하고 바르게 해내면 됩니다.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일,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억울함을 풀어드리는 일을 올바르게 해나간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운 과제도 해결해 낼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집필한 ‘목민심서’의 ‘목민(牧民)’은 백성을 보살피고 보호하며 편안히 돌봐준다는 뜻이고 ‘심서(心書)’는 귀양살이를 하는 다산이 목민을 하고자 하나 유배 중이라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담아 마음속으로나마 목민하기 위해 쓴 책이라는 뜻입니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이 오늘 하루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검찰의 소명은 다산의 가르침과 바로 일치합니다.

2024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민생, 또 민생, 오로지 민생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검찰의 공직비리와 부패범죄 등에 대한 직접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재 90%가 넘는 검찰의 역량은 오롯이 민생범죄 대응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유 없이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난동, 한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스토킹, 인격살인이라 할 성폭력과 디지털성범죄와 같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더욱 철저히 엄단하여 검찰이 약한 이웃을 든든히 지키는 방패가 되도록 합시다.

또한 성별, 연령, 국적, 피부색 등을 이유로 사람을 증오하고 차별하는 혐오범죄는 우리 공동체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주기 바랍니다.

전세사기 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서민들입니다. 가진 전재산을 빼앗고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범죄는 무관용 원칙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애써 모은 재산을 일순간에 약탈하는 보이스피싱, 어려운 서민을 등치는 불법사금융, 사회초년생을 노리는 투자사기·가상자산 범죄 대응에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일터로 출근한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귀가하며, 땀흘린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사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마약범죄는 대표적 민생범죄입니다. 단지 손대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과 그 주변의 영혼까지 파괴하며 강력범죄와 경제범죄의 수단으로 쓰이는 마약을 우리 사회에서 뿌리뽑아야 합니다.

검찰구성원 여러분

민생범죄의 철저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범죄를 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보듬고 지원하여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형사사법제도는 민사재판과 달리 국가를 대리하는 검사가 피해자를 대신하여 공소를 제기하고 재판을 수행하게 되므로 피해자는 전적으로 검찰을 믿고 의지하게 됩니다.

검찰구성원 모두 피해자가 우리 가족이자 이웃이라는 자세로 피해자 한 명 한 명이 “국가가 나를 든든하게 지켜준다”, “국가는 내 편이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

검찰의 역할을 흔히들 공직자의 부정부패, 지방자치단체의 토착비리, 선거범죄, 담합·카르텔 공정거래범죄, 기업·경제·금융범죄, 첨단기술 유출과 같은 ‘거악 척결’에 중점을 두고, 이를 민생범죄와 다른 차원에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구성원이 공유하는 헌법가치와 질서를 부정하는 범죄야말로 대표적인 ‘민생범죄’라고 함이 마땅합니다.

‘거악’으로 인하여 당장 눈에 띄는 피해자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부정부패와 비리 그리고 부정선거와 경제범죄는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고 공동체를 붕괴시키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를 선택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헌법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제도입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당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선거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바랍니다.

생성형AI 기술, 딥페이크 등을 악용한 가짜뉴스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급속도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여건에서,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와 흑색선전뿐만 아니라, 금품선거, 공직자의 선거개입 대응에도 최선을 다해 올해 총선이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랍니다.

‘거악을 척결’하는 것이 곧바로 민생 해결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사법시스템은 우리 사회의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의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존립과 발전 방향을 가리키게 됩니다.

‘공직자는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돈벌이가 좋더라도 이런 일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하는 것처럼 ‘옳고 그름의 기준’을 바로 세워 이를 어기는 행위를 불법으로 선언하고 집행하는 것은 헌법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지키는 우리의 책무입니다.

최근 범죄를 저지르고도 세력을 동원하여 수사와 재판을 맡는 형사사법기관을 흔들고 사법을 정쟁화하여, 국가의 형사사법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아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붕괴는 사법시스템에 금이 가면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우리 사법시스템의 당연한 약속이 올곧게 지켜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갑시다.

검찰구성원 여러분

형사사법은 그 어떤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있을 수 없으며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될 뿐입니다.

자가 굽으면 제대로 잴 수 없고, 거울이 흐려지면 제 모습을 비출 수 없습니다. 형사사법을 담당하며 죄의 무게를 재는 우리는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사람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정치적 중립은 검찰이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로서, 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작은 오해의 소지도 없도록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은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는(移山)것만큼 어려우나, 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如反掌) 것만큼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을 함에 있어 세 번씩 생각한 연후에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떼어놓기 바라며, 국민의 기대에 맞도록 적법하고 적정한 절차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받들어야 합니다.

검찰총장으로서 항상, 매사 검찰구성원에게 “최선을 다하자. 노력하자. 더 열심히 하자.”,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하지 못해 늘 미안하고, 그럼에도 믿고 따라주어 감사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고되고 힘들 때가 많을 겁니다. 알아주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근거 없는 비난과 함께 종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하면 괴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내가 하는 검찰의 모든 일은 곧바로 국민의 권익 보호로 이어지고, 우리의 소중한 밥벌이가 곧바로 공익과 정확히 일치하는 가치있고 보람된 일입니다.

유배 중인 다산은 목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를 담아 마음이나마 목민하는 심서(心書)를 집필하였으나, 우리에게는 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져 있다는 사실에 만족합시다.

국민을 바르게 섬기고 나와 가족, 이웃의 소중한 일상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신발끈을 다시 묶고 힘차게 내달려봅시다.

저는 국민을 섬기며 반듯하게 일해나가는 검찰구성원 모두의 앞에 서서 여러분을 응원하고 지키겠습니다.

다시금 검찰구성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2024년 새해 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또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월 2일

검찰총장 이 원 석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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