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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만나] "금융은 지배구조부터 바로 서야 합니다"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HD)은행 회장 인터뷰
"한국은 아직 이사회가 책임을 진 적이 없어요"
지배구조 정립 위해 이사회 책임 강화 피력
"한국 금융의 국제화는 현지화에 달렸다"

매일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정보 유통이 빛의 속도로 빨라져 늘 새로운 얘기에 둘러싸입니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만, 그 안에 어떤 고민과 혜안이 녹아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뉴스24가 시작합니다. 화제의 인물을 찾아 직접 묻고, 듣겠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편집자]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금융권의 굵직한 인사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후보로 거론하는 인사가 있다. 하나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한 후, 해외에서도 금융 리더로 빛을 발하고 있다.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HD)은행 회장(63)이다.

그는 '주인 없는 회사' 금융사들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해 지배구조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 상품의 판매나 플랫폼은 공급자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한다는 '황금률'을 버리고 소비자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회장을 만나 경영 철학을 들어봤다.

김병호 베트남 호치민시개발은행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중림동 아이뉴스24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HD은행 성장은 '~ing'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HD은행의 성장 목표로 '세전 이익 기준 3년 내 베트남 5위, 5년 내 베트남 3위 은행 달성 목표(3553)'를 제시했다는데.

"경영 목표는 하나은행처럼 투자에 의한 빠른 성장(In-Organic)을 동반해야 가능한 일이다. BCG도 그런 전제 조건을 달았다. 베트남엔 은행이 많아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HD은행이 현지 당국의 구조조정 프로그램 대상이어서 (다른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 계속 준비하고 있다. 만약 인수·합병(M&A)이 안 되더라도 우리가 지향했던 경영 목표를 계속 추구할 것이다. 지난해 4월 취임 땐 업계 9~10위권이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7위(세전 이익 기준)로 올랐다. 지난해부터 은행업 상황이 좋지 않고 부동산 경기도 나빠져 상대적으로 자산 건전성을 좋은 수준으로 유지해 순위가 올랐다."

-HD은행이 해외에서 CEO를 물색했던 것은 해외 협력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HD은행 한국 사무소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과 경제·금융 협력과 관련해 노력하고 가능하면 한국 금융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고 싶다. 한국인으로서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게 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사회 재정비…지배구조 단단히

-현재 HD은행 리더로서 주안점은?

"저를 회장으로 선임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지배구조(Governance)의 업그레이드다. 이 부분을 잘해야 현재 중요한 디지털 전환도 제대로 이뤄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는 은행의 (M&A 등으로) 통합(Consolidation)도 주도하면 좋겠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일을 했나?

"시스템 면에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갖춰야 한다. HD은행은 (대주주 등) 주인이 있어 '대리인 이슈'는 없지만, 상장사로서 다른 주주들과 갈등이 생길 수는 있다. 주주들의 이익을 객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이사회의 소위원회(committee)를 재정비해 전략위원회, IT위원회, 여신정책(Credit)위원회 등을 만들었다.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한 장치다. 일례로 여신정책위원회에선 주주 간 거래를 살핀다. 주주가 시켰다고 그대로 거래하는 게 아니다."

-베트남 은행 산업을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베트남은 개방적이고 혁신적(Innovative)이다. 은행에 주인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처럼) 주인이 없다면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사회의 역할은 바로 '책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사회가 책임지는 일이 별로 없다. 주주가 있으면 주도권(initiative)이 강하다. 다만, 주주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얽히지 않도록 이사회를 통통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베트남은 올해도 5%대 경제 성장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향후 금융 시장이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여신 성장률만 해도 매년 15~16%다. 금융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 잠재 성장성에도 은행들의 통합이 어려운 문제, 금산분리가 안 된 데 따른 문제도 있다. 주인이 있는 게 장점이지만 반대로 시스템적으로나 지배구조 차원에서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방향성은?

"ESG 경영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지배구조다. 첫 출발점이다. 지배구조가 바로 서야 환경, 사회적 가치와 같은 다른 부분으로 이어진다.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금융사의 지원 규모가 아니라, 항공업 등 기존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친환경 연료 확대에 대한 계획을 받아 여신 방침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싱가포르개발은행 등 아시아의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현지 은행 인수로 성장하고 있다. 시사점은?

"국제화는 해외 진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현지화가 필요하다. 예로 HSBC은행의 슬로건은 '세계의 국제은행(World Local Bank)'이다. 국제적인 은행이지만, 각 지역에 맞는 은행이 되겠다는 것이다. 지역에 불문하고 (현지에) 회사의 정신과 문화가 스며들어 하나의 회사가 돼야 한다. 은행원들은 (업무의) 전문성은 갖추고 있으니, 은행의 본부를 국제화해야 한다. 근무하는 사람의 다양성, 영어와 같은 언어, 회사의 개념(Concept) 등 개방성과 소통 능력(Communication)을 갖출 필요가 있단 얘기다.

◇황금률을 버려라…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생각

-저서를 통해 '전지적 은행원 시점'이 아닌 신용 분석 실력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자금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지속 가능성이 없는 포용금융은 없다.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미래 가치를 보는 게 대전제가 돼야 한다. 먼저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 접근성 측면에선 단순히 담보를 내놓으면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력이나 가치에 근거해 대출을 해주는 거다. 스타트업이 제일 부족한 레버리지 활용을 위해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모바일이나 디지털을 활용할 부분이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

-IT 발전으로 신용 분석이 고도화하고 금융 플랫폼도 발전하고 있다.

"금융 플랫폼은 생태계다. 생태계의 전제는 제조와 플랫폼의 독립이라고 본다. 지금은 상품의 제조업자인 금융그룹이 플랫폼을 만들고 다른 회사의 상품도 판매한다. 플랫폼은 금융그룹이 아닌 제삼자가 플랫폼이라는 인프라를 제공해 인프라 사용료를 받아 운용하는 형태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신용이 다르기에 자문업자가 플랫폼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행법에선 자문업자가 상품 중개를 할 수 없다. 상품 제조사는 다른 상품을 팔더라도 상품 중개 수수료를 많이 주는 금융사의 상품을 팔 것이다. 생태계로서 플랫폼의 원래 취지대로 작동하려면 플랫폼 자체에서 제조업자인 금융사가 상품을 올리고 자문업자는 상품 중에서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자문하면서 판매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받도록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명지고·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미국 UC버클리 경영대학원(MBA) 졸업. 한국투자금융(1987년 입사), 퍼스트내셔널뱅크오브시카고(FNBC)(1989). 하나은행(1991), 하나금융 설립기획단 팀장(2005), 하나금융 부사장(2008), 하나은행 부행장(2009), 하나은행장(2015), 하나금융 부회장(2015)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사진=정소희 기자(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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