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숨통이 트였다가 경제 불확실성으로 다시 하락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초 청약 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 등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상승곡선을 보였고 아파트값도 오름세로 바뀌었다. 분양 시장에도 훈풍이 불며 회복세를 이어가는듯 했으나 연말에 들어서는 고분양가로 인한 수요자들의 가격 저항이 심화되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인천 검단에선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도 여느 때보다 컸다. 이에 정부에서는 건설 현장에 만연한 카르텔을 깨부수겠다며 혁파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간 2023년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봤다.
◇청약·대출·세제까지 완화한 1·3대책…실거주 의무는 '발목'
정부가 부동산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발표한 1·3대책으로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올해 초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규제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하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청약과 전매제한, 대출, 세제 등 부동산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에서 규제가 완화됐다.
이와 함께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2~5년)도 없애기로 했다. 이는 이미 분양을 마친 단지에도 소급 적용키로 했다.
청약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없애 청약에 당첨돼도 기존 주택을 팔지 않아도 되며 무순위 청약 접수 시 무주택 요건을 폐지해 유주택자들도 청약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주택 시장에는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전국 아파트값은 올해 7월 들어서 상승 전환됐으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00대까지 회복했다. 청약 접수와 분양·입주권 거래도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아직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은 4분기 들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으로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매제한을 완화하며 실거주 의무도 없애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을 믿은 수요자들은 분양권을 매매했으나 1년 가까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며 수분양자가 실거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국토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12일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해 "빠르면 연내, 늦더라도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다시 한번 야당과 협의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주민의 주거 이전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고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부분도 있어서 폐지하는 쪽이 맞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분양가 고공행진에…수요자들 "계약 포기할래요"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위주 청약 경쟁률이 회복세를 보였으나 고분양가에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서울이면 무조건 완판'이라는 공식이 깨지며 10월에 들어서는 높은 청약 경쟁률에도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 6월 122대 1을 넘기며 청약 시장 열기가 뚜렷했으나 점차 줄어들더니 10월에는 약 25대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되자 수요자들도 '선별 청약'에 나섰고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분양가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509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456만2000원)과 비교해 11.7%(53만2000원) 올랐으며 서울 민간 아파트의 ㎡당 분양가는 974만4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850만3000원)보다 14.6%(124만1000원) 상승한 것이다.
고분양가 논란이 계속되면서 수요자들은 줄줄이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9월 청약을 진행한 '호반써밋 개봉'은 110가구 모집에 2776명이 접수해 약 2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공급물량의 약 40%에 달하는 72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같은 달 청약 접수를 받은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1순위 청약 당시 401명 모집에 5626명이 몰려 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현재까지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도 청약 당시 16.9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전체 일반공급 물량(1467가구)의 약 10%에 달하는 152가구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더샵 강동센트럴시티'도 지난 10월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97가구 모집에 5751명이 몰려 평균 59.3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미계약 27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수요자들의 '가격 저항'이 심화된 가운데 입지 대비 분양가가 높다고 판단되는 단지들은 한동안 청약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부터 LH혁신안·건설 카르텔 혁파방안까지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며 부실시공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4월 인천 서구 원당동 소재 해당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1층 슬래브 붕괴와 그에 따른 충격으로 지하 2층 슬래브 등 구조물(970㎡)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장을 방문해 공사 중지를 명령하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과 관계 전문가 정밀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불법 하도급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붕괴 원인은 철근 누락으로 밝혀졌으며 정부는 무량판 아파트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LH가 발주한 무량판 아파트 22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고 건설 현장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은 고조됐다.
이에 정부는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의 후속대책으로 LH 혁신방안과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LH 혁신방안에는 LH 공공주택에 민간 건설사와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전관업체는 입찰부터 차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으로는 △감리가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감리제도 재설계 △명확한 설계 책임 부여 및 검증 체계 강화 △감독체계 강화 등이 제시됐다.
국토부는 경쟁 체제를 통해 주택 품질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감 확보가 가능하단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공공과 동일한 비용으로 더 고품질의 주택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