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은행 직원들도 (ELS 상품) 구조에 대해 이해 못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번에 자세히 조사할 계획이고, 문제가 된다면 아마 추가로 저희가 조치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 1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외신 기자 간담회)
"고위험 상품을 다른 곳도 아니고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에게 특정 시기에 고액을 몰아 판매했다는 것만으로도 원칙을 지켰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묻기도 전에 (은행이) 무지성으로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가 마련됐다고 운운하는 것은 자기 면피로 들린다." (지난달 2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감독 당국이 홍콩H지수와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은행을 조사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당국자들의 발언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마치 금융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범죄자도 혐의가 드러나기 전까지 용의자(容疑者)인 법이다. 피의자(被疑者)인 양 불완전 판매라고 전제한 듯한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2003년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ELS 재가입률이 상당하다. 김 부위원장의 말마따나 "80~90%의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더 나오고, 10~20%의 확률로 완전히 손실을 볼 수 있어 위험한 상품"이라면 보기에 따라선 손실 확률이 10~2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이익이 나면 재가입을 해오다가 막상 손실이 발생해 불완전 판매 여부를 묻는다면 그 또한 문제다.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묻는다면 당국에도 책임은 있다.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뒤 은행 창구의 업무 처리 시간이 늘어지자, 고객 적합성 평가를 간소화해 준 것은 당국이다.
고령자의 가입도, 변동성이 큰 홍콩 H지수도 과거 ELS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누누이 언급했다. 당국은 2017년부터 ELS 등을 가입하는 고령자를 위 투자 숙려 제도를 시작했다. 2018년 7월에는 'ELS 발행·판매 동향 및 대응 방안'을 내놓으면서 변동성이 높은 홍콩H지수에 대한 과도한 쏠림 현상과 불완전 판매 우려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ELS 발행 규모 등을 상시 감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023년 또다시 ELS 문제가 불거졌다. 지금의 현실은 ELS를 판매한 금융사만 피의자다. 금융 당국도 공범이나 다름없는데 말이다. 금융사의 책임은 당국이 물으면 되지만 당국의 감독 소홀은 누구한테 따져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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