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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EV 배터리 '불지옥 테스트'…광주 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


800~900℃ 온도에서 150초 동안 연소 등 12개 배터리 평가항목 원스톱 시험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내 화재시험챔버.

마치 벙커와 같이 두터운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원형의 건물 중앙에 대형 철제 평상 같은 것이 놓여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불을 붙여 강도를 테스트하는 대형 LPG 버너다.

성인 허벅지 높이의 LPG 버너 위에 구형 코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가 놓여 있고, 그 아래는 LPG 노즐에서 불길이 이글거린다. 현장 관계자가 무전을 치자 곧 불길이 치솟으며 배터리를 휘감았다. 시험을 주관한 담당자는 이 테스트를 '불지옥 테스트'라고 부른다.

23일 광주 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 배터리시험동에서 전기차 배터리 연소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김종성 기자]
23일 광주 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 배터리시험동에서 전기차 배터리 연소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김종성 기자]

지난 24일 광주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이하 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최근 전기차 수요 확대와 배터리 화재로 인한 안전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했다.

공식 개관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센터는 배터리 화재 시험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시험이 이뤄진 화재시험챔버는 국내 최대 규모로, 전기버스의 화재 실험도 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 연소 테스트는 LPG 버너 위에서 실제 불을 붙여 진행한다. 배터리는 800~900도(℃)의 온도에서 150초간 견뎌야 한다. 최대 1100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구형 코나 EV에 탑재된 배터리를 60초 동안 직접 불길에 노출시켰다. 배터리가 연소되며 검은 그을음과 연기가 피어 올랐다. 연기는 챔버 상단에 설치된 대형 후드가 빨아들였다.

광주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화재시험챔버' 전경. [사진=김종성 기자]
광주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화재시험챔버' 전경. [사진=김종성 기자]

문보현 KATRI 미래차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800~900도의 온도에서 150초 동안 배터리를 달구는 것으로, 매우 가혹한 시험 중 하나"라며 "직원들은 연소 테스트를 '불지옥 테스트'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연소 시험의 경우 배터리 연소후 3시간 동안 폭발하지 않아야 한다"며 "연소 시험은 배터리 주변에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 자체는 안전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휘발유 버너에서 연소 시험을 하는데, LPG를 사용하게 되면 휘발유를 쓸 때보다 더 안정적이면서도 균일한 연소가 가능해서 좀 더 강도 높은 테스트로 여겨진다"며 "KATRI가 개발한 LPG 버너는 국내에서 마련한 기준이 국제 기준이 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천정강도 시험시설. [사진=김종성 기자]
천정강도 시험시설. [사진=김종성 기자]

센터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화재로부터 승객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차 평가에 기반한 인증과 연구과제 등을 수행한다. 지난 2019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공모사업에 광주광역시가 최종 선정돼 총 393억원을 투입, 2020년 착공했다.

센터는 배터리시험동, 충돌시험동, 충격시험동, 화재시험챔버 등 총 4개의 시험동을 구축했다. 평가 장비로는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안전성 평가장비 6종, 충돌 안정성 평가장비 11종, 충격 안정성 평가장비 6종, 화재재현장비와 법적 부대장비 3종 등 총 26종을 완비했다.

특히 배터리시험동은 총 8개의 시험실중 4개 시험실이 배터리의 화재와 폭발에 대비해 방폭 구조로 설계됐다. 진동시험기, 충격시험기, 배터리 침수 시 안정성을 평가하는 침수 및 압착시험기도 설치했다.

배터리 진동시험실. [사진=김종성 기자]
배터리 진동시험실. [사진=김종성 기자]

지난 2021년 7월 국제기준에 맞춘 새로운 국내 배터리 안전성평가 시험방법이 개정됐다. 국내에서는 배터리 충격시험 등 10개 항목을 평가하는 국제기준보다 강화된 12개 항목의 평가시험을 진행한다. 이날 시연한 연소 시험을 비롯해 △낙하 △단락 △과충전 △열노출 △액중투입 △진동시험 △열충격 시험 △과방전시험 △과열방지시험 △과전류시험 △침수시험 △기계적 충격시험 △기계적 압착시험 등 12가지 항목에 대한 시험을 진행한다.

전기차 화재 소식이 들릴 때마다 화재 진압이 어려운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KATRI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결함 전문 조사기관으로, 자동차의 전동화 시대가 본격화하며 관련 안정성 시험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낙하 시험과 침수 시험은 국제 기준보다 강화된 안전성 평가 항목이다. 낙하 시험은 지면으로부터 약 5미터의 높이에 배터리 셀을 크레인에 달아 자유낙하시킨다. 약 시속 36킬로미터(km)의 속도로 바닥과 충돌하게 된다. 이후 1시간 정도 배터리의 상태를 지켜보며 발화나 폭발 여부를 확인한다. 국제기준에서 낙하 시험을 따로 평가항목으로 두고 있진 않지만, 차량 하부 등 물리적 충돌을 고려해 안정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침수시험실. [사진=김종성 기자]
배터리 침수시험실. [사진=김종성 기자]

침수 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이 유일하다. KATRI는 바닷물 평균인 3.5%의 염수에 배터리를 1시간 동안 완전 침수시켜서 진행한다. 시험 중 발화나 폭발이 없어야 합격이다.

문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차량이 물에 빠지는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서 침수 시험을 평가 기준 항목으로 넣고 있진 않다"며 "국내의 경우, 집중호우 등으로 차량이 침수되는 사례가 종종 있고, 특히 바다도 가깝기 때문에 보다 가혹한 환경인 해수 염수 기준으로 안정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미국에서도 허리케인 등으로 전기차가 침수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침수 시험에 대한 논의도 조금씩 진행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며 "낙하 시험과 침수 시험은 국제 기준은 아니지만, 중국에서도 평가 항목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ATRI 관계자는 "광주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안전성 평가 12개 항목을 '원스탑'으로 모두 진행할 수 있는 곳"이라며 "제조사들의 신속한 안정성 검증 지원은 물론, 향후 친환경차 연구개발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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