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당 내 '중진 험지·용퇴론'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개별 의원들의 '자발적 용퇴' 행렬이 계속되면서 '자발적 세대교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친명 험지론', '86 용퇴론' 등에 대한 이견으로 야당의 '조용한 혁신' 행보가 탄력받을지는 미지수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례대표 초선 강민정 의원이 전날(14일) 민주당에 총선 불출마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포착되지 않은 '깜짝 불출마'였다.
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은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당연히 다음 선거에 출마하는 게 고정관념이 된 현실이 우리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여야를 불문하고 21대 국회의원 중 누군가는 그 책임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 생각했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네 번째 현역의원이 됐다. 일찍이 결정했던 4선 우상호 의원과 함께 지난 4월에는 초선 오영환 의원이, 지난 6일에는 국회의장을 지낸 6선 박병석 의원이 불출마를 확정했다. 탈당했지만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김남국 무소속 의원, 사실상 불출마가 유력한 김진표 국회의장을 합하면 6명까지 늘어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당시 이철희, 표창원(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 '시스템 공천'이 확립된 이후 인위적 (인물) 교체보다는 개개인의 결단을 통한 자연적 교체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며 "인요한 혁신위와 여당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조용한 혁신'을 이어가는 게 나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수도권 의원은 "(우상호, 박병석 의원 말고는) 불출마 선언이 초선·비례대표 위주인 점은 불만이다. 정작 불출마를 말해야 할 사람은 나서지 않는 모습이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중진, 강경파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아직은 '조용한 혁신'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비명계(비이재명계)가 주장하는 '이재명 험지 출마론'과 송영길 전 대표에 의해 다시 촉발된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 등이다.
이원욱 의원 등 비명계와 친명계 김두관 의원 등은 최근 이 대표와 친명계의 '험지 출마'를 주장하고 있으나 친명계 핵심 그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명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 역시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원욱 의원의 '이재명 안동 출마' 주장과 관련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당대표를 그냥 안동에 가둬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불출마 선언 등 총선 승리를 위한 다른 선택의 여지는 남긴 상황이다.
최근 송 전 대표의 극단적 발언으로 불거진 '86용퇴론'도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 대선 이후 야권에서 번번이 언급됐던 주제이나 '특정 세대의 은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송 전 대표가 '한동훈 어린놈' 발언이나 '신당 창당' 언급 등 잇따른 돌출행동을 보이면서 86세대에 대한 당내 반발은 거세지는 상황이다. 같은 86세대인 이원욱 의원도 전날 송 전 대표를 향해 "86 정치인 전체를 욕 먹인다"고 직격했다.
다만 86용퇴론 역시 당내에서 본격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 86세대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의원은 "86세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지속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86세대가 아닌 의원들이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86에 대한 인위적 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 세대를 떠나 의원 개인의 경쟁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선 비례대표인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최근 SNS에 송 전 대표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비판에 동조하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이날 "불편했던 분들에게는 죄송하다(페이스북)"며 사과했다. 유 의원은 한 장관(73년생)보다 두 살 어린 75년생이다. 반면 이날 불출마를 선언한 강민정 의원은 86세대에 해당한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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