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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애견 사랑'…사회인식·국가이미지 개선 이끌었다


국내 첫 안내견 학교 설립·한국 애견 문화 확산 등 이건희 회장 생전 노력 '재조명'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3주기(10월25일)를 한 달여 앞두고 생전 '애견' 행보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에 빛을 선물해준 삼성의 안내견 사업이 30주년을 맞으면서 이건희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과 리트리버 [사진=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과 리트리버 [사진=삼성전자]

20일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은 그룹 차원의 △진돗개 순종 보존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애견문화 전파 등으로 이어졌다.

이 선대회장은 특히 개를 좋아했는데 개인 취향보다는 △국가 이미지 개선 △현대인 정서 순화 △생명에 대한 소중함 확산 △애견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애견 활동에 주력했다는 평이다.

삼성의 첫 애견 사업은 '진돗개 순종 보존' 활동이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세계적으로 내로라 하는 여러 종류의 개를 직접 키우면서 진돗개를 세계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개의 중요한 특성인 희생과 충성에 있어 진돗개를 따를 만한 품종도 드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진돗개가 천연기념물(53호)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에 확실한 순종이 없어 그 우수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한국이 원산지라는 인정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에 이 선대회장은 순종 진돗개 보존에 직접 뛰어들었다. 그는 1960년대말 진도를 찾아 거의 멸종 단계인 진돗개 30마리를 구입했다. 10여 년 노력 끝에 순종 한 쌍을 만들어냈고,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높였다.

특히 이 선대회장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견종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직접 가져가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한국'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와 함께 국회에서 최근 '개 식용 금지법'의 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건희 선대회장이 과거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개 식용 문제'로 인한 국내외 갈등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던 것도 화제다.

앞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보신탕' 문제가 연일 시끄러웠다. 세계 주요 언론은 한국을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으로 소개했고, 영국 동물보호협회는 항의 시위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은 이 문제를 방치하면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으로 연결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이 선대회장은 고민 끝에 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을 서울로 초청해 자신의 집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이후 애완견 연구센터, 안내견학교 신축 현장 등을 소개하며 해명 활동에 나섰다. 이 선대회장의 이런 노력 덕분에 영국 동물보호협회는 시위를 취소했고, 이후 더 이상 추가 항의도 없었다.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뒷줄 왼쪽부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前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뒷줄 왼쪽부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前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해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을 사회공헌으로 시작했다.

이 선대회장은 진정한 복지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사업 초기 "삼성이 왜 개를 기르죠?", "사람도 못 먹고 사는 판에 개가 다 무슨 의미입니까?" "차라리 직접 가난한 사람들이나 복지단체에 기부를 해요?" 등 비판도 제기됐으나 삼성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자리 잡으며 안내견 문화와 장애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삼성은 △인명구조견(1995년) △청각 도우미견(2002년) △흰개미 탐지견(2003년) 등 개를 통한 기업사회공헌(CSR)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앞서 삼성은 전날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설립 3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고 안내견 사업을 시작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혜안과 신념,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과 등을 돌아봤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처음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도 찾았다.

홍라희 전 관장은 "선대회장님이 굉장히 노력했던 사업이라 30주년 기념식을 보면 감동하고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2005년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에 마련된 삼성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진돗개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밖에 이건희 선대회장은 세계 속에 한국의 애견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다.

앞서 1993년부터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세계적인 애견대회 '크러프츠 도그쇼'를 후원했고, 2013년 대회에선 진돗개 '체스니'가 최초로 출전해 입상을 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 2008년에는 일본에 청각 도우미견 육성센터를 설립했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일본 명문 야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나가시마 시게오 선수에게 진돗개 암수 한 쌍을 선물한 바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노력은 애견 관련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왕실은 이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과 애견 문화 확산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개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애견 사업에 대해 "국민정서를 순화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인식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어린이들에게 교육적 효과를 줌으로써 공동체사회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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