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비가 세차게 퍼붓던 A 지역 근처 하천.
유량과 수위를 자동으로 계측하는 시스템에서 비상경보가 떴다. 최근 관련 설비를 구축했다. 짧게는 몇 분 뒤 많게는 몇 시간 뒤에 범람할 가능성이 90%가 됐다.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됐다.
즉시 인근의 지하차도 차단기가 자동으로 내려갔다. 담당 공무원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계측 시스템에 따라 작동됐다. 지하차도 입구 전광판에는 ‘현재 인근 하천 범람 위험으로 지하차도를 통제, 폐쇄한다’는 문구가 떴다.
차단기가 닫히기 전 이미 지하차도에 진입한 차량들은 빠르게 지하차도를 빠져 나갔다. 소하천은 잠시 뒤 범람했고 이 사고로 다치거나 침수된 차량은 아무도, 하나도 없었다.
실시간 계측을 통한 이 같은 자동차단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 하천을 대상으로 실시간 유량과 수위를 정확하게 계측하는 관련 설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과 대응을 위해서는 이 같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태성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기후영향분석팀장은 “현재 (하천 홍수 등에) 대응이라는 것은 위험 지도를 사전에 그려놓고 위험 지도에 기반을 둔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며 “문제는 최근의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가 위험지도를 벗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하천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계측 자료에 기반을 둔 예측모형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환경부가 관리하는 곳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하천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계측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중요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정 박사는 지적했다. 실시간 계측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이를 전담해 관리하고 대응하는 인력이 없다 보니 오송 지하차도 침수와 같은 사고는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폐쇄회로(CC)TV를 통한 실시간 감시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이 부분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있을뿐더러 해당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더라도 정확한 수치가 아닌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하천에 수위계를 설치해 놓고 있는데 이 수위계만으로도 예측은 어렵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개발한 ‘자동 유량 계측 기술’이 현재 설치 중에 있다. 유량과 수위를 자동으로 잴 수 있는 계측기를 개발한 것이다. 독자적 기술은 아니고 기존의 기술을 가지고 제품화 한 것이다.
자동으로 유량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에 기반을 둔 해당 제품을 설치해서 유량은 물론 수위를 한 번에 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계측관리시스템을 적용하면 예측 모형 개발이 아주 간단하다고 정 박사는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이를 적용하면 비가 왔을 때 해당 하천의 수위가 얼마가 될지를 한두 시간 정도 미리 알 수 있다”며 “한두 시간 사전에 강우예보에 따라 수위 예측을 해서 주변의 위험 시설 등에 대피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간단한 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데도 최근 정부는 디지털트윈(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을 통해 검증해 보는 기술) 등을 도입하고 있는데 실시간 예측이 어렵다고 정 박사는 지적했다.
디지털트윈의 경우 국가하천에는 써먹을 수 있는데 소하천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즉 디지털트윈은 사전에 위험 지도를 그릴 수는 있어도 실시간 대응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돌발홍수 등 급박한 홍수 상황에서는 써먹지 못하는 시스템이라는 거다.
위험지도와 실시간 대응은 다른 개념이라고 정 박사는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전문가들도 위험 지도가 있으면 대응이 되는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 정 박사는 “위험 지도는 말 그대로 ‘위험한 곳이 있지 마라’ ‘해당 지역은 위험한 지역이다’는 고지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하천 등을 비롯한 지천 등에 대한 계측 자료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계측은 상류에서 계측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우리나라는 대도시 중심이고 피해가 대도시 대하천(중류와 하류)에서 많이 발생해 대하천 중심으로 계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이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예보는 기상청과 홍수통제소를 운영하는 환경부가 하고 실제적으로 그 예보에 따라서 대응하고 실제 발령을 내리는 곳은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안부와 지자체가 발령을 내릴 때 그 판단의 기준이 정확한 계측과 데이터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지금은 정확한 계측 데이터가 없다보니 수위계와 CCTV 등으로 주관적 판단이 많이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신림동 반지하주택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소하천 홍수 스마트 계측관리시스템은 10% 하천(약 2천200개)에 앞으로 5년 동안 설치하고 있다. 올해 440개에 대해 설치 중이다. 5년 동안 2천200개에 대한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 각각 50대50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지역 중심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나머지 소하천의 경우 현재 실시간 계측이 전무한 실정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만든 관련 계측 기술은 한 개당 7천만원의 비용이면 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초자치단체라도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설치할 수 있는 셈이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하천에는 자동 계측 설비가 거의 없는데 그 배경으로 정 박사는 “환경부가 관할하는 것도 아니고 지자체가 관할하다 보니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천법에서 제외된 소하천에 대해서는 수문조사 조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외된 소하천도 계측이 필요한데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국가하천, 지방하천은 홍수통제소가 예보를 하는데 소하천은 예보에 관련된 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소하천 예·경보 체계를 구축하면서 그 주체를 중앙정부가 할 것인지, 지자체가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020년 부산에 이어 이번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 등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정 박사는 “기후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예방과 대응(적응)”이라며 “대응을 인력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인력이 충분치 않다면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방하천 정비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면서 부실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20일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환경부는 이날 “지방하천 정비 업무를 전부 지방에 이양해 하천 정비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며 “2020년 1월 지방일괄이양법이 제정되면서 지방하천 정비업무 등 39개 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됐을 때 국세인 부가가치세 10%를 지방세로 전환하면서 이양된 업무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해줬다”고 설명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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