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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회장 측, 현대차 협력사 '리한' 자금 대여 50억원 놓고 검찰과 공방


제4차 공판서 첫 번째 증인 신문…대면 신문 놓고 양측 신경전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 측과 검찰이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과 얽힌 배임 혐의를 놓고 첫 번째 증인 신문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계열사 부당 지원 및 회사자금 횡령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조 회장도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가운데, 이날은 첫 번째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 신문에 앞서 검찰은 재판부에 피고인 조 회장이 퇴장한 상태에서 증인 신문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검찰 측은 "오늘 재판정에 출석한 증인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사 임직원이나 계열사 관계자로, 피고인이 회사에 향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어 대면 진술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해 피고인이 퇴장한 상태에서 증인 신문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의 변호인은 "이전 대기업의 형사 사건 등 유사 사례를 보더라도 피고인이 퇴장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한 경우는 없다"며 "사전에 협의된 바 없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고, 피고인 스스로 방어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측 요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증인 진술의 부담은 이해가 되지만, 유사한 사례에서도 대면 진술은 진행돼 왔다"며 "증인 선서와 위증에 따른 처벌도 있기 때문에 피고인이 진술에 미치는 영향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검찰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증인 신문은 조 회장이 지인 회사인 현대차 협력사 리한에 사적 친분으로 담보 없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당시 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준 혐의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으로는 한국프리시전웍스 경영관리담당 임원이 출석했다.

쟁점은 2022년 3월 한국프리시전웍스가 리한에 50억원을 대여한 것이 조 회장의 지시에 따른 사적 목적이었는지 부분이다.

검찰 측은 당시 한국프리시전웍스가 리한에 대여한 20억원에 대해서도 돌려받지 못해 회계상 대손처리가 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50억원을 대여하면서 담보도 확보하지 않았다며, 이는 조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공소한 바 있다.

조 회장 측은 "자금 대여를 할 때 계약서상 특약사항으로 리한의 화성공장 우선매수권 특약을 설정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물적 담보는 아니지만 담보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담보 없이 대여가 진행된 부분에 대하여 한국프리시전웍스 임원은 "처음 리한에 대한 50억원 자금 대여 요청이 왔을 때는 물적 담보도 없는 상황이었고, 이전에 대여했던 자금 20억원도 아직 상황되지 않아 회계상 대손처리됐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답했다"며 "그러나 이후 한국타이어 본사에서 리한의 화성공장 부지와 건물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한국프리시전웍스가 갖는 조건으로 자금 대여를 다시 얘기했고, 검토 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매수권이란 부동산을 공유하고 있는 자가 다른 공유자의 지분이 경매되는 경우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그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리한의 경우, 당시 새마을금고에서 100억원을 빌리며 담보 신탁으로 화성 공장을 제공한 상황이었다.

한국프리시전웍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우선매수권으로 제시한 리한의 화성공장은 당시 부동산 가치가 200억원 정도 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면 50억원을 대여한 이후, 혹시 상환을 못받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기존에 리한이 새마을금고 측 대여금 100억원을 빼더라도 100억원의 돈이 남는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50억원 대여금에 대해서는 상계 조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한국프리시전웍스 측에서 필요하지도 않았던 리한의 화성공장의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배경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는 자금 대여 결정의 이유를 물은 것이다.

이에 한국프리시전웍스 관계자는 "당시 회사 측은 여유자금을 은행에 정기 예·적금으로 넣어뒀는데, 은행 이자가 연 2%대 초반 수준이었다"며 "리한 측에 자금을 대여하며 시중 이자보다 높은 이자 4.6%를 받기로 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판단했고, 부동산을 매수하게 되면 임대 수익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물적 담보는 아니지만, 우선매수권 확보로 자금 대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한국프리스전웍스가 리한 화성공장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담보 대신 확보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해서 실제로는 대여금 50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알았나"라고 물었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 모르게 제3자와 공모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이전하는 등의 행위를 뜻한다. 리한에 자금을 대여할 당시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리한에 대한 채권자들로 인해서 한국프리시전웍스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프리시전웍스 관계자는 "사해행위라는 점이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뒤늦게 알았다"며 "자금 대여를 실행할 당시에는 대여금 상환을 위한 소유물 이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자금 대여 과정에서 조 회장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핵심 쟁점이었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증인이 검찰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리한에 대한 자금 대여가 '조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사실상 결정돼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이나 당시 한국타이어 측 관계자에게 대여가 결정돼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국프리시전웍스 관계자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해당 진술을 한 것 같긴 한데, 당시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솔직히 지금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당시 분위기나 검사의 질문 뉘앙스에 따라 말했나 싶기도 하다"고 답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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