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소용" 야위어가는 홈쇼핑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홈쇼핑 기업들이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방송 시청자를 잡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TV 시청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이커머스 역시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으면서 홈쇼핑의 위기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모바일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12일 TV홈쇼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7개사(GS샵·CJ온스타일·현대·롯데·NS·홈앤·공영홈쇼핑)의 방송 매출액은 2조9천억원으로 2019년 3조1천억원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의 49.4%로 50% 아래로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 매출액 비중은 2018년 60.5%, 2019년 56.5%, 2020년 52.4%, 2021년 51.4%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주요사별로 봐도 방송 매출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2018년과 2022년을 비교해 보면 GS샵은 51.1%에서 38.2%로, CJ온스타일은 54.0%에서 39.0%로 떨어졌다.

방송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롯데홈쇼핑은 64.9%에서 57.4%로, 현대홈쇼핑은 68.5%에서 56.5%로 감소했다.

방송 매출의 하락은 TV 시청자 수가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TV홈쇼핑의 주 시청 연령층인 50~60대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어 앞으로도 방송 매출액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2022년 연령별로 '일상의 필수 매체'로 TV를 꼽은 비율이 60대는 72.8%→52.5%, 50대 50.2%→31.8%, 40대 23.8%→9.2% 등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꼽은 비율은 해당 기간 20% 안팎씩 상승해 각각 46.6%, 65.8%, 89.2%에 달했다.

방송 매출이 감소함에도 홈쇼핑 업계는 여전히 신규 고객 유입을 기대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홈쇼핑 산업이 TV 방송을 기반으로 성장했기에 방송을 버릴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이를 위해 홈쇼핑사는 방송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영역을 넓히고, 유명한 맛집·브랜드와 협업해 업계 최초로 제품을 론칭하는 등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과 리퍼 가구로 상품 영역을 확장했다.

GS샵은 지난 7일 '태극당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TV홈쇼핑 최초로 론칭했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15일 한국인 최초 미쉐린 가이드 2스타를 받은 임정식 셰프의 한우채끝 스테이크를 단독으로 선보인다.

모바일과의 연계를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4월부터 유튜브 예능을 공개하고 있다. 유명 방송인이 출연해 제품을 소개하고 브랜드와 가격을 협상하는 장면을 담았다. 방송에서 소개된 제품은 공식 온라인몰에서 판매된다.

첫 방송에서는 방송인 권혁수가 출연해 단백질 제품을 판매했는데, 해당 방송 시청자 중 20·30대 비중이 65%에 달했다. 현대홈쇼핑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젊은 고객을 유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채널 '쇼라'에서 '줍줍하쇼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줍줍하쇼라는 최대 70% 파격 할인가 상품만을 판매하는 콘셉트의 신규 프로그램이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13일 복숭아 생산지를 직접 찾아 재배 환경을 소개하고 수확 체험, 당도 측정 등을 담은 현장 모바일 생방송 '가보까'를 론칭한다. 방송을 위해 쇼호스트를 비롯해, MD, PD 등 담당자들이 직접 경상북도 청도에 위치한 농장에 방문할 예정이다.

CJ온스타일은 '원플랫폼(One platform)' 전략 하에 모바일 라이브, TV홈쇼핑, T커머스, 이커머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브랜드별로 적합한 채널을 선정하고 있다.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2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도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TV홈쇼핑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천411억원으로 2020년 7천443억원에서 3년 연속 줄었다.

반면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1조9천억원으로 2013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18년 46.1%에서 지난해 65.7%까지 치솟았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자들이 IP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사업자들에게 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내는 돈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TV 시청자 수는 날로 감소하는데, 송출수수료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홈쇼핑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특별한 음식과 디저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눈에 띄는 제품을 선점하고, 모바일과의 연계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