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지인이 결혼한 예식장이 마음에 들어서 가격을 문의했는데 시설이나 혜택이 좋아진 건 없는데 1년 전보다 가격이 800만원 가량 높아졌더라고요. 사진촬영과 드레스 비용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인상폭이 크고 기준이 없는 것 같아 결혼 준비 초기부터 당황스럽네요.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식품, 외식, 전기료 등 안 오르는 게 없는 상황 속 결혼 비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결혼 시장은 일정한 인상 비율이 없어 업체별로 각각 다르게 인상되는 탓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예비 부부가 많은 실정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웨딩 업체가 일명 '스드메'로 불리는 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을 이달부터 인상했다. 올해 초에 이어 하반기에도 가격을 올린 것이다. 웨딩 업계는 올 초 코로나19로 미뤄왔던 결혼식 수요가 급증함과 동시에 인건비와 원자재비 등이 올랐다는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웨딩플랫폼 다이렉트 결혼준비는 지난 1일부터 금액을 인상했다. 다이렉트 결혼준비는 광고비와 플래너 영업수당을 제거하고, 각종 포인트를 제공해 예비 신혼부부에게 가성비를 챙길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는 업체다. 다이렉트 결혼준비는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인건비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올리게 됐다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스드메 패키지는 최소 10만원 인상됐고, 헬퍼 비용은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랐다. 헬퍼는 스튜디오 사진 촬영과 결혼식 날 신부의 드레스 착용을 돕고, 신랑·신부의 이동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미 헬퍼 비용으로 3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 또한 헬퍼는 대략 4~6시간 일하는데 6시간이 초과할 경우 초과 시간에 상관없이 추가 비용 5만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웨딩홀도 대관료와 식대를 수시로 인상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식대가 5만원 이하인 곳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서울 강남의 한 웨딩홀은 2021년 11월 기본 가격이 대관료 580만원, 식대 5만원 중후반대에서 현재 대관료 800만원, 식대 7만원 중반대로 올랐다.
웨딩홀의 최소 보증 인원 계약도 불합리한 지침으로 꼽힌다. 최소 보증 인원을 200~300명을 계약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가령 하객 150명이 식사를 했어도 200명분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스드메와 결혼식 계약 외에 추가 비용도 신경 써야 한다. 예컨대 스튜디오 촬영 시 기본 촬영비와 기본 앨범만 계약된 경우가 많은데 원본 파일을 받기 위해서는 약 30만원을 추가해야 하고, 앨범에 들어가는 사진 수를 늘리고 싶은 경우에도 1장당 3만3천원 이상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드레스 역시 기본 가격으로 계약되는데 어떤 드레스를 고르느냐에 따라 수십~수백만원이 추가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혼을 준비 중인 백 모(33)씨는 "업체에서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계약부터 해놓으라고 독촉하는 느낌"이라며 "허례허식 때문에 결혼에 많은 돈을 들이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는 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말처럼 쉬운 게 아니고, 최소 비용을 들이려고 해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기 있는 결혼식장과 고가의 호텔 예식장 등은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웨딩업계가 거리낌 없이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신라호텔과 웨스틴조선서울의 결혼식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시간대가 거의 마감됐다. 워커힐호텔과 롯데호텔서울도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1만4천475건으로 1년 전보다 1천320건(8.4%)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4월 기준 역대 가장 적은 수치다. 혼인 건수는 코로나19 사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작년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고 모(30) 씨는 "인건비와 물가가 오르는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스드메 가격이 이 정도로 오르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튜디오에서 원본을 받아 저렴하게 보정하는 법 등의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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