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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발톱 드러낸 '강성부 펀드'…DB하이텍, 경영권 분쟁 본격화?


KCGI, 회계장부·이사회의사록 열람 가처분 신청…DB하이텍 "대화 진정성 의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는 DB하이텍이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의 공격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오너일가와 경영진의 구시대적 경영행태에 대해 비판하며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잇따라 딴지를 걸고 있어서다.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부 전경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부 전경 [사진=DB하이텍]

13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3월 31일 투자목적회사(SPC)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의 주식 312만8천300주(지분율 7.05%)를 인수했다. DB Inc.(12.42%)에 이은 2대 주주로,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지분 3.61%보다도 3.44%포인트(p) 많다.

◆ DB하이텍과 기 싸움 벌이는 KCGI…'후진적 거버넌스' 비판

KCGI는 지분 인수 후 주주환원 정책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DB하이텍이 뛰어난 기업가치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구시대적 경영행태로 인해 극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DB하이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주력으로 하며 지난해 영업이익 7천68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본격 반영된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3천971억원, 영업이익 1천536억원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 한파를 비켜갔다. 주력인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무려 46%에 달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영업이익률 52%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KCGI는 지분을 인수할 당시 "수 년간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수한 시장지위를 점유하고 있고 작년 영업이익률 46%의 우수한 수익성을 기록했지만, 이에 비해 기업 가치는 극도로 저평가 돼 있다"며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진, 대주주, 일반 주주 등과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협조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경기도 부천시 본사에서 진행된 DB하이텍 '제70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DB하이텍]
경기도 부천시 본사에서 진행된 DB하이텍 '제70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DB하이텍]

이후 KCGI는 지난 4월 20일부터 DB하이텍에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대면 협의를 위해 여러 차례 공문을 보냈으나, DB하이텍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4일 DB하이텍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내용 설명과 자료 제공을 요청했으나, DB하이텍이 자료 준비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뿔이 난 KCGI는 지난 1일 DB하이텍에 보낸 주주 서한을 공개했다. KCGI의 주주서한은 ▲KCGI가 생각하는 좋은 거버넌스의 모습 ▲DB하이텍의 글로벌 경쟁력과 우수한 사업역량 대비 저평가된 기업가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원인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제안 등이 담겼다. 특히 DB하이텍의 저평가 요인으로 후진적 거버넌스를 꼽으며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을 제안했다.

KCGI는 "주주 협의 요청 과정을 통해 DB하이텍의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주주와의 소통,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에 강한 의문을 품게 됐다"며 "주주서한 공개만이 DB하이텍의 주주와 시장과의 소통, 이를 통한 거버넌스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DB하이텍은 "대면 협의 거부가 아니다"고 반박하며, 지난 7일 KCGI의 자료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KCGI 측은 관련 내용이 DB하이텍의 주요 사항에 대한 응답은 회피한 채 자기변명적 설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못마땅해 했다.

◆ DB하이텍, KCGI 공격에 '발끈'…오너家 사적 이익 추구 의혹 두고 '충돌'

DB하이텍의 움직임에 불만을 품은 KCGI는 지난 9일 법원에 DB하이텍의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하는 가처분 사건을 제기했다. 또 주주와 소통에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DB하이텍에 실망했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 훼손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KCGI 측은 "자료 은닉과 폐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며 "앞으로 주주권 보호를 위해 어떠한 형태의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KCGI가 이처럼 나서자 DB하이텍도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원활한 대면협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KCGI 측이 갑자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자 상대 측의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했다.

DB하이텍은 "KCGI의 대면 협의 요구를 수락하고 곧 있을 협의를 위해 성의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회계장부열람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KCGI측이 과연 주주간 대화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DB하이텍은 최근 KCGI가 주주서한을 통해 제기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앞서 KCGI는 주주서한에서 "DB하이텍이 DB저축은행과의 정기예금 거래 및 DB금융투자의 금융상품 가입 등 계열 금융사와의 대규모 거래를 진행 중"이라며 "계열사 간 내부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필요한 자산유출 방지를 위해 내부거래를 사전에 심의 및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DB하이텍은 "매출액 1조7천억원 중 계열사 간 거래금액은 500억원으로 약 3% 수준에 불과하다"며 "예금상품의 경우 총 9천억원 중 계열금융회사 거래금액은 700억원에 불과하고, 높은 수익률을 고려해 투자한 것인데 마치 문제가 있는 계열사 간 거래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남호 DB그룹 회장(가운데) [사진=DB그룹]
김남호 DB그룹 회장(가운데) [사진=DB그룹]

내부거래를 통한 DB하이텍 오너 일가의 사적이익 추구 의혹을 놓고도 양쪽은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KCGI는 DB하이텍이 김준기 창업회장 일가의 사적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김남호 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이 보수로 각각 37억원, 31억원을 받은 점 ▲DB하이텍이 거액의 기부금을 김준기문화재단 등에 지급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DB하이텍이 자사주 매입과 물적분할을 진행하는 것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KCGI 측은 "의도적으로 DB Inc.의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고자 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DB하이텍이 사실상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라 할 수 있는 계열회사와 진행한 약 660억원 규모의 내부거래가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KCGI의 주장과 움직임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화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DB하이텍은 "향후 대면 협의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회사 측의 추가 설명을 포함해 심도 있는 대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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