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쿠팡과 CJ제일제당(CJ)이 햇반과 비비고 제품 납품가를 두고 6개월 이상 장기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진전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양사가 경쟁 제품을 띄우거나, 다른 유통채널과 협업을 강화하면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 진행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3일 쿠팡과 CJ제일제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양사는 여전히 햇반과 비비고 등 CJ 제품의 납품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로가 '중요한 파트너'라며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업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유통업계가 냉정하게 납품 경쟁을 해석하는 것은 이미 쿠팡과 CJ가 이커머스와 식품제조 분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서로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에 근거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두 기업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더 이상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쿠팡과 CJ는 협상 대신 경쟁사 키우기를 통해 서로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먼저 쿠팡은 매일 하루씩 특정 상품을 선택해 할인판매하는 '골드박스'에 연속적으로 CJ 햇반의 경쟁사인 오뚜기, 하림, 동원, PB상품 등의 즉석밥 판매에 나섰다. 쿠팡은 CJ와 관계가 틀어지기 전까지 골드박스를 통해 즉석밥 할인판매를 연속으로 진행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또 최근에는 CJ 햇반 판매를 중단 한 이후 중소기업 즉석밥 판매가 증가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CJ를 자극하기도 했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에서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CJ도 쿠팡의 로켓배송과 유사한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에 지난 3월 입점해 판매를 늘려나갔고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와 가공식품, HMR 등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등 '탈쿠팡'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또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상품 개발에 나서 신제품을 신세계에 가장 먼저 공급할 계획도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협상 기간이 너무나 길고, 두 기업이 나아가는 방향을 봤을 때 협상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는게 맞다"며 "지금 양보를 하는 기업은 향후에도 협상에서 끌려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자존심 싸움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팡과 CJ 관계자는 "양사는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협상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고,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CJ가 발주 약속 물량을 납품하지 않아 내린 조치라고 주장했고, CJ는 쿠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가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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