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14주기를 하루 앞둔 가운데 돈봉투·김남국 의혹 관련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잇따른 내부 성토 속에 혁신기구 설치도 난항을 겪으면서 민주당이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공개발언에서 돈봉투·김남국 의혹을 겨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희생에 모두를 살린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우리는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며 "코인 사태에서 비친 민주당의 모습은 국민들 눈에 윤석열 대통령과 참 많이 닮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모습은 국민이 아닌 민주당을 살리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 같이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다시금 우리 스스로 정직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친명(친이재명)·강성 지지층의 김남국 코인 논란 옹호를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남국의 바다'가 아니라 '남국의 늪'에 빠졌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강성 팬덤, 정치 훌리건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의원들의 총의를 담은 혁신기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혁신기구에서 팬덤 극복과 민주당의 집단지성,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쇄신의총을 통해 돈봉투·김남국 사태 극복을 위한 당내 혁신기구 설치를 결의한 바 있다. 혁신기구는 과거 문재인 당대표 시절 '김상곤 혁신위(외부인사 영입)'를 롤모델로 하고 있으나, 혁신의 방향 등과 관련해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민형배 의원을 필두로 한 당내 강경파 모임인 '민주당혁신행동'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기구를 통한 당원권 강화와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대의원제 폐지를 반대하는 비명계를 겨냥해 "혁신의 탈을 쓰고 당내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면 결국 국민의 실망은 높아지고 총선 승리도 요원하다"며 "표의 등가성에 위배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대의원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의원은 소속 의원, 지역위원장 등이 임의로 선별하는 소수 책임당원으로, 일반·권리당원에 비해 표의 가치가 높아 친명계·강경파를 중심으로 꾸준히 폐지가 주장됐다. 비명계는 대의원제 폐지를 통한 강성 당원의 위상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굳이 비명계가 아니더라도 대의원제 전면 폐지는 너무 극단적인 주장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완전 폐지보다는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 축소 등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혁신위원장에 외부인사를 선임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비명계는 당내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중립적인 외부인사 발탁을 주장하는 반면, 친명(친이재명)계 일부는 내부인사 발탁을 더 선호하고 있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과거 김상곤 혁신위 시절에도 외부인사로 구성된 탓에 최고위원제·사무총장직 폐지 등 비현실적인 혁신안이 나온 바 있다"며 "당의 내부환경을 잘 모르는 사람이 혁신위를 맡을 경우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후보군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다"며 "당내에서 (선임)할지, 외부에서 할지를 정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혁신기구 설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재명 지도부가 김남국 의혹 등에 미온적인 대처를 하면서 주도적인 혁신 타이밍을 놓치게 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명계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혁신이 계파갈등과 혼재되게 된다. 그렇다고 혁신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내일(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노무현재단 이사장)도 함께하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정부·여당 측 인사도 참석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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