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검색 서비스를 새로 내놓거나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정부 여당의 반응이 격해지고 있다. "실검이 아니다"는 포털의 설명에도 "실검과 비슷하다"며 공세를 펴는 것이다.
정치권의 압박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겨냥한 '포털 길들이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포털 뉴스나 댓글을 문제 삼아 국정감사에서 질타했던 사례가 여럿이었던 만큼 올해 국감에서도 포털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與 박대출 "변형된 '실검' 위험성"…문체부도 "다각적 대책 마련 추진"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개인 페이스북에 "3년 전 폐지된 '실검'과는 다른 서비스인냥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로 보인다"며 "변형된 '실검' 서비스는 여론 선동 숙주 역할을 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는 앞서 지난 10일 포털 다음 사이트에 다른 이용자의 최근 관심사와 유용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투데이 버블' 베타(시범)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 번에 5개의 키워드를 추천하고, 관련 기사와 블로그·카페 게시글 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네이버도 하반기 중 모바일 앱 첫 화면에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트래픽 토픽’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 서비스는 뉴스를 비롯해 블로그, 카페, 댓글 등 다양한 정보를 개인화해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포털 서비스 이용자들의 관심사에 대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서비스인 것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실검'으로 오인되면서 사업자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최근 "뉴스 포털을 둘러싼 편파성·불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여론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공세를 펼쳤다.
문체부는 신문법 제10조를 언급하며 "네이버의 '키워드 추천' 서비스 도입 계획에 따른 우려와 비판도 주시한다. 뉴스포털과 관련한 주요 논란을 신문법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규제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행 신문법 제10조는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가 기사배열을 한 것과 관련해 "독자 이익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과거 실검 논란에 국정감사서 '진땀'…올해도?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의 공세가 내년 총선을 겨냥하는 만큼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현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뉴스와 댓글, 실검 등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국정감사에 포털 경영진이 출석해 추궁을 당하는 모습이 반복됐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2019년 국감장에 출석해 실검 논란 등에 답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당시 한 전 대표는 실검을 둘러싼 기계적 조작(매크로) 개입과 관련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는 실명이 인증되고 로그인한 이용자의 데이터값을 모아서 보여주기 때문에 기계적 매크로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여 전 공동대표도 "기계적 개입에 의한 비정상적 이용 패턴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017년과 2018년 네이버의 뉴스 편집 권한, 댓글 조작 논란 등에 답변하기 위해 국감장에 출석한 바 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도 2018년 국감장에 처음 출석해 뉴스 편집 문제, 가짜뉴스 유통 대책 등에 대해 답변했다.
과거 포털에서 제공했던 실검은 순간 검색어 입력량을 토대로 관련 키워드에 순위를 매겨 보여줬다. 이는 다른 사람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악용되는 상업적 이용 문제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자 네이버는 2021년 2월, 카카오의 다음은 2020년 2월 실검을 종료한 바 있다.
그동안 양대 포털은 여론 왜곡이나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등 서비스 개선을 지속해왔다. 실제로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9월 도입한 '트렌드 토픽'은 AI가 추천하는 주제(토픽)를 여러 키워드로 보여주고 관련 인기 콘텐츠를 무작위(랜덤)로 띄워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키워드를 클릭(탭)하면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고도화하는 한편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과거 실검의 여러 부작용이 있던 점은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부에서 제기한 우려 등을 듣고 직접 (실검을) 폐지했었는데 그런 점을 다시 답습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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