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칠레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의 핵심 원료인 리튬 관련 산업을 국유화를 선언했다. 지난해 멕시코가 리튬 산업을 국유화한 데 이어 리튬 매장량 세계 1위 칠레도 이에 동참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자원 민족주의' 물결이 불러올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이달 20일(현지시간) 국영TV 연설에서 "세계 1·2위 리튬 생산업체인 앨버말(ALB)과 소시에다드 퀴미카 이 미네라(SQM)가 갖고 있는 리튬 사업 경영권을 별도의 국영 기업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향후 리튬 계약은 국가 통제 아래에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의 리튬 국유화는 각국에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나온 조치로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확인된 리튬 매장량은 총 8천만t(톤)으로 이 중 2천200만t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 칠레는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이 920만t으로 가장 많다.
칠레 정부는 기존 SQM과 ALB가 맺은 계약을 해지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맺은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사업권이 국가로 이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리튬 생산업체 SQM과 미국 ALB는 각각 2030년, 2043년 채굴권이 만료된다.
SQM과 ALB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에도 리튬을 공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리튬 채굴업체 SQM과 미국 ALB은 각각 2030년, 2043년 리튬 채굴권이 만료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거 국가 개입이 없었을 때와 비교하면 배터리 제조사가 칠레 리튬 업체와 계약을 갱신할 때 계약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에 대해 국가들의 '자원 민족주의' 움직임이 많아져 일반화되면 장기적으로 업계의 위험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핵심 원료 공급망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거의 모든 종류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로 최근 전기자동차가 인기를 얻으며 덩달아 몸값이 높아졌다. 블룸버그의 리튬 가격지수는 2021년 3월 177.93에서 지난 3월 1026.84로 약 6배 증가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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