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대 횡령·배임 혐의' 조현범 회장,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법정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면서 향후 검찰과 조 회장 측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 외 1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조 회장은 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조 회장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한국프리시전웍스(MKT)와 관련한 배임 혐의를 부인하며, 리한에 대한 자금 대여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한국타이어 계열사 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며 자신이 지분(29.9%)를 가진 MKT에 유리한 단가 테이블에 기초해 현저히 높은 가격을 지급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재판에 넘겨졌다.

MKT는 한국타이어 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었지만, 주주 배당을 통해 조 회장에게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64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기간 한국타이어가 131억원 손해를 입었다고 봤다.

조 회장 변호인 측은 "과거 MKT와 타이어 몰드를 거래할 때 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검찰 수사가 있었지만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10년간 걸친 타이어 몰드 거래 과정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특정 업체의 가격을 인하했음에도 MKT가 굳이 금액을 낮추지 않았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인데,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줬다는 부분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과거 무혐의 처분된 것은 2014년 이전 거래에 대한 것으로 기간이 이 사건과 중첩되지 않고 전혀 무관하다"며 "기존 경쟁사에 15% 단가 인하를 한 적 있고, 실무진도 15% 단가 인하해도 MKT가 영업이익을 취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런 의견을 묵살하고 0% 안을 선택해 한국타이어에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5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 업체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별다른 담보 없이 MKT 자금 5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은 법인 명의로 외제차를 구입 또는 리스하고, 개인 이사·가구비를 대납했으며, 계열사 자금을 사적으로 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 변호인은 "당시 리한의 경영 상황이 어렵긴 했지만, 자금을 대여하며 상당한 이자를 받을 것으로 판단했고, 실제로 다 변제받아 회사가 피해를 본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 측은 개인 이사 비용, 자동차 구입 등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횡령과 배임 혐의를 구성하는지는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재판은 다음 달 17일에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로 열린다. 재판부는 향후 증인 신문 계획 등에 대해 대략적인 논의를 진행한 뒤 오는 6월 초부터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