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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법' 숙제 짊어진 尹, 美서 日 같은 '외교참사' 없어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한 간섭·통제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방미길에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은 최근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수율(정상품 비율), 웨이퍼(반도체 원재료) 생산능력, 핵심 소재, 판매가격 증감 등을 엑셀 파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보조금을 미끼로 반도체 제조 경쟁력의 주요 지표이자 영업기밀인 수율, 소재뿐 아니라 반도체 생산과 공장 운용·경영 전략에 대한 데이터를 내놓으라며 연일 압박하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 사업 비중이 다소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미국의 독소조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50조원의 보조금을 앞세운 미국 정부의 요구를 두고 국제적인 비판이 쏟아졌지만,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 투자 기업을 돈만 대는 허수아비로 전락시킨 것도 모자라, 이렇게 수집한 핵심 정보들을 자국 반도체 성장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도 자초했다. 미국 내에서조차 동맹국들의 선택과 희생을 미·중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명분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을 정도다.

불합리한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관심은 일단 높다. 미국 상무부 산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모두 200개 넘는 업체에서 의향서를 제출했다. 의향서에는 기업이 반도체법 지원금으로 건설하고자 하는 시설 규모, 위치와 생산능력, 생산제품, 투자 시기와 금액, 예상 고객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의향서를 제출했고,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아직까지 의향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도 의향서를 냈다고 알려졌지만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자처하며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에서 보조금을 안받겠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기자들에게 "미국에 투자 보조금 신청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 것은 이 같은 입장을 대변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미국의 불합리한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서까지 미국 내 천문학적 투자에 우리 기업들이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을 향해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희생은 너무 크다. 떠밀리듯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경영적 판단에서 이뤄지는 게 순리라는 걸 미국은 잊어버린 상태다. 기업이 감당할 무게 수준을 넘어선지는 오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이달 말 방미길에서 어떤 해법을 찾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동행키로 하면서 기업들은 다소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미국의 보조금 세부 지침이 실행되기 전까지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이번 방미 일정에서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앞서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우리만 양보했다"는 여론만 남은 외교 참사를 이번에도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말로만 '동맹'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우리나라와 호혜 관계를 밑바탕으로 동등한 교류에 나설 수 있도록 미국 측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영업력이 이번에 제대로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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