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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안 사길 잘했어요" 2억 낮아진 역세권 아파트


경전철 신림선 호재였던 서울 관악구 3년 전 가격으로 회귀
중개업소 "너무 올라 외곽 전세로 이사갔던 수요자 문의 늘어"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2년 전 너무 오른 집값에 결국 관악구에서 더 외곽 빌라 전세로 쫓겨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그때 안 사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빚내고 영끌해가며 모아 겨우 매수할 만큼 자금을 마련했더니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포기했었어요. 밀려났지만 전세를 구해 자금 출혈도 없었는데, 이제는 호황기 직전 가격대로 매수할 수 있으니 돈을 번 기분이네요."

서울 관악구 주택시장은 집값 하락세에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경전철 신림선 호재와 함께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 이슈까지 더해지며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후 전체 시장의 침체 분위기 속에 수억원씩 떨어진 가격대에서 실거래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승승장에서 밀려 나간 종전 관악구 거주자들의 발걸음이 늘었다고 전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디오슈페리움2단지' 전용 84.93㎡는 지난달 7억1천500만원(9층)에 거래됐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2년 전인 지난 2021년 3월과 8월 8억8천500만원(12층), 9억2천만원(7층)에 매매됐다. 2년 새 약 2억원이 하락한 가격에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동일면적대 매물 2건이 7억(6층), 7억7천만원(8층)에 팔렸다. 가장 최근 거래된 매물의 실거래가는 약 3년 전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봉천동 일대 G부동산 대표는 "주거지로서 가치나 평가가 절하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하철 2호선을 끼고 있는 관악구 내에서 사당을 비롯해 강남까지 15~20분 내외면 이동할 수 있고 신림선 호재에 재개발 이슈까지 있어 그간 집값이 크게 올랐다"며 "규제에 금리 인상까지 시장에 충격이 오니 떠받들어줄 수요가 부족해 2~3년 전 가격대로 돌아간 곳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입구삼성' 전용 59.78㎡는 지난달 6억3천300만원(14층)에 팔렸다. 지난해 동일면적대 매물 2건이 8억1천만원(11층), 7억5천만원(13층)에 계약됐다. 약 1년 새 최고 1억8천만원이 떨어졌다. 특히, 2년 전과 비교해도 가장 근래에 거래된 실거래가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동일면적대 매물 7건이 7억(16층)~7억9천만원(4, 5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거래된 실거래와 같은 가격대를 찾으려면 무려 3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단지의 전용 59.78㎡는 지난 2020년 1월 6억4천만원(5층)에 거래됐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자리 잡은 J중개업소 대표중개사는 "지난해엔 거래가 거의 없다가 팔고 나가야 하는 급매물 위주로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사실 신림선도 개통이 됐고, 재개발은 이뤄지고 있으나 그렇게 큰 호재랄 것도 없어 고점, 저점 갭이 강남처럼 크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가격폭이 크진 요동치진 않았지만, 호황기 상승장에선 매수를 포기하고 이사한 예비 수요자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며 "강남권 진입이 어려우면 유독 많이 찾는 지역인데, 당시 매수를 고려했던 수요자들은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보다 '이게 웬 떡'이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인근 '건영6차'의 경우 올해 실거래는 없으나, 통상 고점을 유지하는 호가가 지난해 실거래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단지의 전용 59.90㎡의 마지막 거래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로 8억2천700만원(3층)에 팔렸으며, 지난 2020년 11월 7억3천500만원(15층)에 거래된 이력이 있다. 집값 호황기에 1억원 가까이 올랐으나 현재 동일면적대 호가는 약 3년 전 수준과 비슷한 7억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실제 2년 전 집값이 올라 매수를 포기하고 천호동 일원 빌라 전세를 택한 40대 A씨도 최근 관악구 아파트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돌아올 기회를 엿보다 계약을 진행 중이다. A씨는 "치솟은 아파트값 때문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지 못했다. 당시 중개업소에서는 집값이 더 오를 거라고 무조건 매수 적기라고 했는데, 그때 샀으면 정말 후회할뻔했다"며 "금리 부담도 낮아졌고, 특례보금자리론도 마련돼 매수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 전세 거주 당시 매수를 염두엔 가격대에 살 수 있어 이사시기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물가 상승폭도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한은의 기준금리 연 3.5% 수준 동결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와 금리 상단에 대한 불확실성은 크게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최근엔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한 9억원 이하 급매물에 대한 수요 유입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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