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현대자동차 그룹이 국내에 처음으로 짓는 경기도 화성시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을 지금의 5배로 높여 우리나라를 '글로벌 미래차 3강'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현대자와 원팀으로 뛰겠다"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축사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담기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기공식 축사에는 "정부가 기업들이 이러한 혁명적 전환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R&D와 세제 지원 등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 외에는 정부의 지원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첨단산업 분야의 민간 투자가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정부가 입지, R&D, 인력, 세제 지원 등을 빈틈없이 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자동차 생태계를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수립해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충해 설명했다.
상반기에 발표되는 대책에는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R&D 투자, 자금 확대, 인력 양성 등을 포함하는 산업 전반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이 담길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국내 전기차 시설 투자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투자 촉진에 걸림돌이 되는 사항들도 신속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서 IRA 돌파구 마련 시급
윤 대통령이 국내 전기차 산업 지원과 육성을 약속하면서 업계의 이목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쏠린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문제에 어떤 해법을 가지고 회담에 임할지 주목된다. 어느 때보다 '국익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액 공제 형식으로 보조금을 받게 돼 있어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한국 전기차는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8월 IRA가 발효된 후 절반 가까이 쪼그라드는 등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30년 미래차 3강 도약' 목표를 위해 윤 대통령이 반드시 '빅딜(Big Deal)'을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경제협력 10대 이슈'를 통해 "IRA가 전기차 보조금 요건으로 최종 조립 조건, 배터리 핵심광물 조건, 배터리 부품 조건 등 동맹국이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북미 최종 조립 세액공제 요건을 현대자동차 조지아 공장 완공 예상 시점인 2025년까지 유예하고,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에 대해서도 FTA 체결국에서 동맹국으로 기준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불이익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태평양포럼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제시, 한일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는 지금 미국 정부가 나서 양국에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포럼은 "2022년 미국 의회가 '리쇼어링(Reshoring,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위해 입법한 법안 때문에, 미국 본토에 공장을 지으려던 한국과 일본의 제조기업들에 대해서까지 보조금 지급이 무효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이들 기업은 한일 관계와 상관없이 보상을 받아야 하고,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지금이 불이익을 완화하기에 적기"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존 오소프 미국 연방 상원의원(민주·조지아주)은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맹들과 협의해 이 법의 이행을 미세조정(refine) 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늘 대화에 열려 있고, 언제나 들을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때마침 이번 국빈방문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할 계획이라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정부,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원체계 구축해야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관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 지원과 특례기업·특화산지 지정, 규제특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연구·개발(R&D) 지원과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 확대, 부품업계 사업전환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기차 산업 육성 약속을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며 "기공식에서 구체적인 지원책까지 발표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촘촘한 대책을 수립해 발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IRA를 통해 전기차 투자에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제공하는 등 획기적 투자 지원책을 내놨다"며 "우리도 국내 전기차 생태계 기반이 충실히 유지되도록 외국에 상응하는 정도의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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