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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영우처럼?"…'Y2K 패션' 인기에 잇템된 헤드폰, 삼성·LG도 뛰어뜰까


패션 액세서리로 각광 받으며 젠지 필수품 등극…소니·애플 강세 속 시장 점차 확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선 주인공인 배우 박은빈 씨가 출근길 마다 꼭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무선 헤드폰'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어 출근길의 소음에 민감한 탓에 '젠하이저' 제품을 늘 착용한다. 덕분에 지하철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고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박은빈)는 출근길에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쓴다. [사진=ENA]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감성의 'Y2K 패션' 열풍 속 인기 아이템이었던 헤드폰이 젠지(Z세대,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들의 필수품이 됐다. 이전과 달리 선이 사라지고 '노이즈 캔슬링(잡음 제거)' 기능까지 더해진 데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되며 단순한 음향 기기가 아닌 하나의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10일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말까지 음향기기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0% 뛰었다. 특히 지난 2월 6~8일 진행한 음향기기 기획전에서 '소니' 관련 거래액은 직전월 같은 기간 보다 7배나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음향 전문 브랜드 '브리츠' 거래액은 3배가량 늘었고, '노이즈캔슬링 ANC 블루투수 헤드폰' 상품도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

이 같은 인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음악을 듣지 않아도 헤드폰을 착용하거나 목에 걸치는 헤드폰 코디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온라인 강의용, 게임용으로 헤드폰을 구매했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 주얼리나 모자처럼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포인트 액세서리로 헤드폰을 활용하는 분위기다.

최근 헤드폰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말 애플이 '에어팟 맥스'를 선보이면서다. 이전까진 '갤럭시 버즈', '에어팟' 등 귀 안쪽에 넣어 착용하는 무선 이어폰이 대세였지만, 애플 '에어팟 맥스'가 등장한 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헤드폰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선 올해 2월 말 기준 음향기기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230% 뛰었다. [사진=에이블리]

이에 맞춰 음향 기기 업체들도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관련 제품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보스는 애플 '에어팟 맥스'가 출시된 후 2021년 내놓은 'QC 45 모델'로 헤드폰 판매 경쟁에 본격 나섰다. 2019년에는 무선 이어폰 형태인 'NC 700' 모델을 선보였지만, 'QC 45 모델' 이후 나온 후속 제품들은 대부분 헤드폰 디자인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새로 선보인 'QC 35' 2세대 모델이 대표적이다.

젠하이저는 지난해 8월 '모멘텀 와이어리스 4'를 선보였다. 전작인 '모멘텀 와이어리스 3'를 시장에 출시한 지 3년 만으로, 주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외부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어댑티브 노이즈 캔슬링(ANC)'가 적용됐다.

뱅앤올룹슨은 2020년 창립 95주년을 기념해 출고가 129만8천원의 초고가 헤드폰 'H95'를 선보여 주목 받았다. 이듬해엔 ANC 무선 헤드폰 '베오플레이 HX'를, 지난해에는 '베오플레이 포탈'도 공개했다.

국내 무선 헤드폰 시장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니코리아는 지난 10일 신제품을 내놓으며 점유율 수성에 나섰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1000X 시리즈 헤드폰의 5세대 모델인 'WH-1000XM5'의 신규 컬러 미드나잇 블루로, 고급스러운 블루톤 컬러를 적용해 트렌디한 감성이 돋보인다. 앞서 소니코리아는 전작인 4세대 헤드폰 WH-1000XM4를 선보인 지 1년 만인 지난해 6월 'WH-1000XM5'을 선보인 바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WH-1000XM5 출시 이후 소니코리아 헤드폰 매출은 전년 대비 167% 성장했다"며 "무선 헤드폰이 단순 음향 기기나 콘텐츠 시청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을 넘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이번에 선보인 제품이 더 넓은 여성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니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WH-1000XM5' 미드나잇 블루 컬러 [사진=소니코리아]

지난 2020년 12월 '에어팟 맥스'를 내놓은 애플은 아직까지 차세대 모델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애플은 직전 내놓은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 프로(32만9천원)'보다 두 배 이상 비싼 71만9천원으로 가격이 책정됐음에도 일부 색상이 예약 판매 시작과 동시에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끈 바 있다.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애플은 2세대 '에어팟 맥스'를 오는 2024년 하반기 또는 2025년 상반기쯤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각 업체들이 무선 헤드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성장성 때문이다. 소니코리아가 시장 조사 업체에 의뢰해 관련 수치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8월 한국 무선 헤드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7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무선 헤드폰 시장의 매출은 같은 기간 206%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소니코리아의 30만원 이상 무선 헤드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9%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귀 전체를 덮는 커다란 헤드폰으로 Y2K 감성을 뽐내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미디어에서도 헤드폰을 착용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면서 수요를 자극해 판매량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에 선보인 오버이어 헤드폰 '레벨 오버' [사진=민혜정 기자]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는 적극 대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브랜드로는 헤드폰을 내놓을 계획이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앞서 지난 2014년에 40만원대의 프리미엄 헤드폰 브랜드 '레벨'을 론칭하고 인이어 헤드폰 '레벨 인', 무선 헤드폰 '레벨 온', 오버이어 헤드폰 '레벨 오버' 등은 선보인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라인업을 늘리며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시장의 트렌드가 인이어(귀 안쪽으로 집어넣는 형태) 이어폰으로 바뀌자 2016년 기어 아이콘 시리즈, 2019년 '갤럭시 버즈' 등을 론칭했다. 이후 별도의 무선 헤드폰은 선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2016년 인수한 하만을 통해 다양한 헤드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프리미엄급인 '마크레빈슨 №5909'을 119만원에 출시했고, JBL 브랜드를 통해선 2021년 9월 무선 헤드폰 5종을 내놨다. 하만에선 JBL·하만카돈·마크레빈슨·AKG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도 당분간 헤드폰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2014년 10만원대 무선 헤드폰 '그루브'를, 2015년 '톤 플러스' 브랜드를 론칭한 후 2018년까지도 헤드셋 형태의 톤 플러스 신제품을 내며 라인업을 확대했지만, 무선 이어폰 시장이 성장하자 2019년부터 '톤 플러스 프리'를 내놓으며 모바일 액세서리 전략을 변경했다. LG전자는 2021년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지만, 이후로도 무선 이어폰 제품인 '톤 프리'로만 신제품을 출시하며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도 무선 헤드폰을 중심으로 이어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가 2024년 12억 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헤드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애플 '에어팟 맥스' 출시 이후 가격대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라며 "올해도 3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헤드폰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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