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챗GPT'가 촉발시킨 인공지능(AI) 챗봇에 세상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기술 스타트업 오픈AI가 내놓은 챗GPT는 2009년 출현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아이폰에 견줄, 혹은 그 이상의 파급력을 보일 거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챗GPT는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공개한 대화형 AI 챗봇이다. 질문에 대한 단순 답변은 물론에세이나 노래 가사 등 창작물도 몇 초 만에 완성할 뿐더러 수학문제를 풀고 코드까지 짜주는 등 기존 챗봇에서는 볼 수 없던 진일보한 성능을 갖췄다. 공개 일주일 만에 100만명 이상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단숨에 글로벌 핫이슈로 부상했다.
오픈AI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업그레이드된 모델인 '챗GPT-4'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챗GPT-3.5보다 한층 진일보한 챗GPT-4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손글씨까지 인식하고 오류도 대폭 줄어든 버전이다. 변호사 자격 시험 등 에서 하위 10%에 그쳤던 챗GPT-3.5와 달리 상위 10%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AI가 인류를 놀래킨 건 챗GPT가 처음은 아니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가2016년 3월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AI의 위력을 일찌감치 입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알파고는 바둑에 한정된 AI였다면 챗GPT는 그야말로 우리 실생활에 체감될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챗GPT의 활용처도 무궁무진하다. IT 분야는 물론 고객 서비스,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대부분의 실생활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올 기술로 평가된다. 가령 자연어를 입력해 손쉽게 코드를 생성할 수 있으며 전화상담원의 역할을 대신해 빠르고 정확한 응답을 제공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챗GPT를 활용해 영어를 학습하거나 발음까지 교정하고 있다는 이용 후기 또한 넘쳐난다.
적잖은 업무 시간을 할애해야 했던 엑셀 작업도 간편히 끝마칠 수 있게 됐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결합해 선보인 '365 코파일럿' 내 오피스앱에서는 마치 채팅을 하듯 명령을 하면 챗GPT가 알아서 각종 문서나 엑셀, 파워포인트를 뚝딱 생성해 내놓는다. 엑셀 작업 시간이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 기관에서도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지난 2월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챗GPT를 정부 업무에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다. 이러한 추세는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챗GPT 열풍…검색 주도권도 바꾸나
챗GPT로 인해 구글이 장악하다시피한 글로벌 검색 패권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픈AI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접목하며 기존의 검색 공식을 허물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기능을 출시한 지 한달여만인 지난 8일(현지시간) 빙의 하루 활성이용자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2021년 9월까지의 정보만 습득한 챗GPT와 달리 빙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최신 정보를 습득해 훨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추격의 빌미를 허용한 구글은 지난달 AI 챗봇을 장착한 신규 검색엔진 '바드'를 선보였으나 아직까진 공식적으로 이용자 추이 정보 등을 공개하진 않고 있는 상태다.
국내 IT 업체들 역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관련 시장을 독식하도록 관망하지는 않고 있다. 먼저 이동통신3사들은 자체 개발한 AI를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이미 전력질주 중인 챗GPT와 달리 이제 막 출발선상에 오른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선보인 AI 서비스 '에이닷(A.)'을 고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AI가 사진·음성·텍스트 등 복합적 정보를 함께 이해하도록 하는 '멀티모달' 기술과 오래된 정보를 기억해 대화에 활용하는 '장기기억' 기술을 적용했다. 이 회사는 현재 오픈베타 형태로 운영 중인 에이닷에 비즈니스모델(BM)을 더한 정식 버전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KT는 지난해 11월 AI 전략 간담회를 통해 초거대 AI 프로젝트 '믿음(MIDEUM)'을 공개한 바 있다. 믿음은 챗GPT와 유사한 수준의 대화형 AI 서비스로 사전에 학습한 지식뿐 아니라 외부 지식까지 가져와 서비스에 반영한다. 적은 데이터 학습량으로도 이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춰 반응하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사들과의 연계를 통한 'AI 고객센터'를 통해 믿음이 첫 등장할 것으로 관측한다. KT는 현재 주요 금융사들과 믿음을 기반으로 한 AI 고객센터 구축 협의를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는 LG 그룹 내 AI인 '엑사원(EXAONE)'을 활용해 LG유플러스의 플랫폼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엑사원은 LG그룹 내 LG AI연구원이 개발한 AI다. LG유플러스는 또한 지난해 10월 AI 서비스 통합 플랫폼 '익시(ixi)'를 선보이기도 했다. 고객센터에 연락할 경우 AI 엔진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고 음성으로 답변해 주는 '콜봇' 서비스 등이 익시를 통해 운영 중이다.
국내 인터넷 시장을 양분한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챗봇 개발에 한창이다. 네이버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천500배' 더 잘하는 '하이퍼클로바X'를 7월 중 공개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함께 AI 시대에 최적화된 AI반도체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등 AI 경쟁력 강화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도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올 상반기 안에 '코(Ko)GPT'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한다.
◆챗GPT의 부정적 단면도 살펴야
이처럼 챗GPT가 촉발한 AI 챗봇에 긍정적 변화만 예상되는 건 아니다.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가령 객관적 평가를 받아야 하는 레포트 등에 챗GPT를 악용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일선 대학에서는 AI가 작성한 문서들을 걸러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대학은 챗GPT 열풍이 한창 거세던 지난 2월 학생들이 챗GPT나 AI 도구를 사용했다고 의심이 되면 과제에 대한 논술이나 추가 시험을 요구하는 조치를 취했다. 챗GPT가 작성한 문서를 표절로 취급한다는 의미다.
AI가 만들어낸 저작물이 저작권 침해나 표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 또한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상에서 유통되는 불법물 등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가 AI학습에 활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제기됐다.
하정우 네이버 AI연구소장은 "AI의 인식모델과 생성모델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인식모델의 경우 데이터 상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 구분하는 수준이기에 지적재산권 있는 데이터도 학습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어느정도 허용된다"면서 "생성모델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영역이기에 이러한 학습데이터를 그대로 가져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문제되는 데이터를 최대한 배제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가 과학기술자와 시민 233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 12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문항에 대해 응답 완료한 176명 중 약 72%가 챗GPT 자체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특히 '인간이 구축한 방대한 텍스트를 원작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아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료를 제공하는 '챗GPT' 자체에 대해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라는 질문에 19.89%는 '문제가 많다', 51.14%는 '문제가 어느 정도 있다'고 답변했다. '문제가 별로 없다'는 18.75%, '문제가 없다'는 7.39%에 그쳤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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