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를 '로봇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 돌입했다. 연내 첫 번째 로봇 출시를 앞둔 가운데 최근 추가 지분 투자에 나선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삼성맨'을 투입하면서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준오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윤 부사장은 삼성미래전략실 전략팀 담당임원을 거쳐 삼성전자에서 사업지원TF 담당임원과 네트워크사업부 기획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20년 12월부터 기획팀 부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사회는 윤 부사장에 대해 "회사의 지속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로,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한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팀이 2011년 2월 분사해 창업한 기업이다. 지난 2021년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으며 지난해 매출은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후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지분 10.22%를 590억원에, 이달 15일에는 지분을 4.77%를 약 278억원에 추가로 취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은 10.22%에서 14.99%로 증가했다.
또 삼성전자는 지분을 59.94%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계약도 맺어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사실상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업계에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로봇에 들어가는 모든 시스템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업체라는 점이 삼성전자 측에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석좌교수가 협동로봇과 보행로봇, 모터 구동체 부품 기술 등을 독자 개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15분 기준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만8천600원(16.56%) 오른 13만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도 삼성전자의 지분 매입 공시에 상한가로 마감했다.
이번 일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 간 협력 관계는 더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현재 이족·사족·협동로봇 등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만큼, 올해 삼성전자가 선보일 운동 보조 로봇 'EX1'과 관련해 협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협동로봇을 활용한 삼성그룹 내 스마트팩토리 등 자동화 추진과 양사 기술 협력을 통한 로봇 제품 개발이 지분율 확대의 주요 동인으로 추정된다"며 "인수 합병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에 이처럼 집중하는 것은 이재용 회장의 의지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8월 미래 신사업 분야에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그 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지난달에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 출신 권정현 상무를 삼성리서치로 영입하고 로봇센터의 로봇인텔리전스팀을 총괄하도록 하며 관련 조직을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도 지난 15일 개최된 제54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향후 본격화할 로봇 시대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화해나가겠다"면서 "다양한 로봇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강화하고 고객 생활에서 유용함을 체험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확대할 것"이라며 로봇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EX1' 로봇을 내놓는 데 이어 향후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용 로봇 등도 선보이며 로봇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강화에 나선 것은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하는 반도체 외에도 유망한 신사업을 여럿 확보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노동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임금 상승, 기술력 고도화에 따른 로봇 가격 하락 등이 더해지면 로봇 기업들의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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