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박소희 기자]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됐다. 전 현직 KT 출신들로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정치권 낙하산 꼬리표가 붙은 외부 출신들은 모두 탈락했다.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정치적 외풍(外風)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8일 KT(대표 구현모)는 KT 지배구조위원회가 차기 CEO 사내외 후보자 검증·압축 심사를 진행한 결과 총 4명이 숏리스트(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사내는 신수정 KT Enterprise부문장과 윤경림 KT그룹 Transformation부문장 등 2인이, 사외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과 임헌문 전 KT Mass총괄 등 2인이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됐다.
◆현직 CEO 연임 포기…KT이사회, 3월7일 최종 후보 1인 확정
앞서 KT는 지난 10일부터 20일 13시까지 차기 CEO 공모를 진행했다. 권은희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김기열 전 KTF 부사장, 김성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등 총 18명의 사외 후보자가 지원했다. 정관에 따라 사내 후보자군 16인도 구성했다. KT 지배구조위는 객관성과 공정성에 방점을 두고 총 34인에 대한 후보자 자격 검증·압축 작업을 진행해왔다.
변수가 생겼다. 사내 유력 후보였던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23일 CEO 후보군에서 자진 사퇴하면서다. 그의 용퇴를 두고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결단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연금·정치권 반발 등 계속되는 정치적 외풍(外風)에 인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KT 이사회는 구 대표 결단을 수용하고 사내 15명·사외 18명 후보군 검증 심사를 추진했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는 이번 사내외 후보 검증·압축 결과를 토대로 후보군 4인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KT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가 결정한 후보자 중 최종 후보 1인을 오는 7일 확정·공개한다. KT 차기 CEO는 오는 3월 말 KT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尹 대선후보 캠프·여당 출신 인사 탈락…지배구조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앞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KT 차기 CEO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에 대해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소유분산기업인 KT·포스코 등을 지적한 셈이다. 윤 후보는 행정부와 입법부 경험을 두루 갖췄다. 지난 대선 과정 일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도운 만큼 CEO 유력 후보로 점쳐진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KT CEO들이 겪은 과거사에 근거한다. 2002년 KT가 공사에서 민영화 기업으로 전환된 이후 총 5명의 대표가 재직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정권이 바뀌면서 발목이 잡혔다. 최근 연임 프로세스를 포기한 구현모 KT 대표도 이같은 사례의 연장선이라는 것이 통신업계 중론이다.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벗어나고 KT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윤 후보를 비롯한 권은희 전 의원, 김성태 자문위원,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다수 정치권 인사가 후보군에서 탈락하면서다. 정치권·정부와의 연관성 등을 이유로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인사가 모두 1차 관문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번 후보 선정에 대해 KT 인선자문단 측은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DX) 환경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 리더십과 경영 성과 창출 여부, DX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리더십 등을 강조했다. 인선자문단 측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30대 주주 및 KT 노동조합으로부터 수렴한 최적의 KT 대표이사상(像)에 대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내·외 후보자들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자문단 뿐만 아니다. 국내외 KT 주주들도 차기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으로 ▲ICT 트렌드에 대한 전문지식 ▲KT 관련 업무 경험 및 입증된 경영 능력 ▲주주 및 기업 가치 제고 역량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효율적인 소통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KT 노동조합도 ▲KT 그룹의 미래비전 제시 ▲노사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이사회는 공정성·투명성·객관성 강화를 목적으로 공개경쟁 방식의 대표이사 선임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로 앞서 결정했다. 이사회는 심사기준에 맞춰 객관적인 심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차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심사기준에 맞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이후 이사회에서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박소희 기자(cowhe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