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법 기술자'들이 학교폭력을 대하는 방법 [원성윤의 人어바웃]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낙마 사태는 '법 기술자'들이 어떻게 학교 폭력을 대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 비리에 빗대 일각에서는 '자식 리스크'로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기술자'들이 자신이 가진 법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소송 지연 등으로 써먹은, 그래서 자식이 아닌 '본인 리스크'라는 것이다.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시작 하루 전 사의를 표명했다. 또 대통령실은 임명을 취소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진=뉴시스]

학교폭력 피해자 법률대리인을 맡아온 박상수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법률사무소 선율)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에서 '법 기술자'들이 학교 폭력 사태를 맞이했을 때 ▲ 집행정지와 시간끌기 소송 ▲피해자가 피해사실 호소하면 가해자와 그 부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 ▲ 학폭 담당 선생님을 무고죄로 고발 등의 방법이 난무한다며 "우리 사회는 약한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 집행정지와 시간끌기 소송…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에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시작 하루 전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2년 전국 학교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재단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본부장의 아들은 2018년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전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전학 처분 이후 정 본부장은 아들과 함께 전학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지만 1심, 2심, 3심(대법원)까지 모두 기각됐다. '왜 이기지도 못할 소송을 대법원까지 가져갔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법 기술자'들이 이른바 '시간끌기 소송'의 성격이 다분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학교폭력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강제 전학' 조치가 취해져도 소송에 들어가게 되면 집행이 정지되는 '기술'을 쓰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을 받지도 않았는데 처분만으로 아이의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 주장하면 대부분 받아준다"며 "학생부에 기재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학교 폭력 피해학생은 가해자와 분리 조치가 되지 않은 채 고통 속에 학교에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 지옥을 맞이하게 된다. 이에 정 본부장이 이번 사건을 3심까지 끌고 간 것은 고등학교 3년 안에 판결을 내리지 않을 경우, 아들 생활기록부에 폭력 이력이 기재되지 않은 깔끔한 학생부를 얻겠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밖에 수사기관이 미성년자의 경우 웬만한 학교 폭력이 아니고서는 가해자에게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불기소, 기소유예와 같은 처분을 내리는 '온정주의'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억울함을 호소한 피해자 측에서 온라인에 올리기라도 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까지 생긴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오히려 피해자가 경찰서에 가서 명예훼손에 따른 경찰 진술을 해야하는 일도 벌어진다.

또 가해자 학부모가 선생님을 상대로 무고죄로 고발하는 경우까지 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폭'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경우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종합적인 방법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도 생겨나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 수능 100% '정시 전형'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2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23년 서울대학교 제77회 학위수여식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본부장의 아들 A씨는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에 기숙사에 함께 생활한 동급생인 B씨를 1년 가까이 괴롭혔다. 정 본부장의 아들은 B군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 "좌파 빨갱이",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은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서울대 철학과에 재학 중이다.

이 같은 사실로 인해 정 본부장의 아들은 2018년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전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학폭위에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아 한 학폭위원이 "이 자리는 가해학생이 깊이 반성하고 진실을 모두 말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 본부장의 아들 사태의 경우 여러 기술 가운데 지연 작전을 쓰면서, 수능 100%로 학생을 선발하는 서울대 정시 전형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울대는 2020학년도 정시 전형에서 "학내·외 징계를 받은 경우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으며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기재 돼 있지만, 실제 확인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대 등 입시컨설팅을 전문으로 해 온 이도원 '입시는 이쌤' 대표는 26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정시모집 입시 요강에 결격사유가 있으면 입학을 불허한다는 문구는 대학마다 넣어 놓고 있어도 수능 점수로 학생 입학여부를 결정짓다보니 실질적으로 탈락시키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며 "이번 사건은 정시 모집의 허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여 교육부와 대학 차원에서 이를 보완할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법 기술자'들이 학교폭력을 대하는 방법 [원성윤의 人어바웃]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