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야가 24일 본회의를 앞두고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최근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과 관련해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야당은 직회부된 법안들을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야당의 억지 입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여야의 대치는 보건·의료계 등 타 분야의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곡관리법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때 수매하는 '쌀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여권은 '쌀의 과잉생산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며, 전날(21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대통령 거부권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야의 신경전도 더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집권 여당의 협박에 흔들리지 않겠다"면서도 여권의 반대를 약화시키기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중재안은 시장격리 실시 요건(3% 이상 초과생산, 5% 이상 가격 하락)을 민주당 안(案)보다 완화하고 쌀 재배면적이 늘어날 경우 예외 조항을 두는 내용이 골자다. 박 원내대표는 "저희로선 정부·여당이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로선 의장 중재안을 대폭 수용한 만큼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강행 의사도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간호사의 직무 범위 등을 법률로 규정한 '간호법'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해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이에 여당은 해당 법안을 자당 소속 김도읍 위원장이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시키는 식으로 대응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2일 당 회의에서 "길게는 2년 넘도록 법사위에 묶인 법안들인 만큼 국민의힘도 민생입법 처리에 협조하기 바란다"며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도 강행할 뜻을 밝힌 상황이다. 반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간호법 추진 등을 두고 "민주당이 '땡처리 입법' '청부 입법'에 정신이 없다"며 "이재명 방탄에 등 돌린 민심을 잡고 골수 지지층을 묶어 두려는 민주당의 억지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은 보건·의료계 직역 갈등 문제로 번지고 있다. 현재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법 통과를 찬성하고 있으나 대한의사협회(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간호사만의 단독 입법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규탄하는 입장이다. 두 법안의 통과가 가시화되면서 의협은 간무협 등 보건의료단체들과 함께 오는 26일 여의도에서 법안 저지를 목표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의협 관계자는 통화에서 "간호법은 의료현장의 혼란과 의료계 갈등만 초래하는 법안"이라며 "다른 보건의료 단체와의 논의를 통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간협 관계자는 "간호법은 이미 상임위(보건복지위)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계 각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법안"이라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전했다.
간호법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료계 목소리도 있다. 의사이자 변호사로 활동하는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의료문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부대표)는 "현행 의료법에 의사, 간호사 등의 업무영역이 혼재돼 있어 혼란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간호법을 시작으로 의사, 간호사, 한의사 등을 직역별로 법제화해 의료계를 체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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