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혜진 기자] 깊은 침체의 바닥에서 벗어나는 듯한 움직임이 주택시장에 흐르는 가운데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이른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내달 1기 신도시 정비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에서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가로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앞다퉈 촉진책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들 지역에 연고를 둔 국회의원들도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20일 정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한지 40년 안팎 지난 거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는 정부에 뒤질 새라 제도개선 건의에 나서고 있다.
도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과 관련해서는 최근 정부 조치로 구조안전성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면서도 "경기도엔 재건축 대상 아파트 중 대단지가 많은 만큼 재건축 현장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게 다음달 정부가 신도시 정비 특별법을 만들 때 추가로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지는 관련 법안의 시행령에서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이렇게 되면 까다로운 법 개정보다 수월하게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정치인들은 표밭인 지역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분당을)은 1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3 건설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정부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며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을 위해 건설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난 19일엔 일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홍정민(고양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신도시 중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집의 재건축을 위해 신도시 재생 지구를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건축을 위해선 준공 후 30년이 지나야 하는데 이를 10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이자 전 국회의원 김현아 일산 다시작도시연구소 대표도 1기 신도시의 재건축 관련 현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그동안 제일 걸림돌이 안전진단이었는데 국토부가 최근 안전진단 규제를 풀어서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재건축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는 출발선에 섰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인 '8·16 대책'을 통해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종합계획)을 2024년까지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11월엔 '1기 신도시 정비 기본 방침 수립 및 제도화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현재는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안전 진단 규제까지 대폭 완화되자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은 아파트 단지의 상당수가 안전 진단 단계를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허들이 낮아졌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이에 1기 신도시 가운데 일산과 분당의 40여 개 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성남시는 1기 신도시 가운데 최초로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재건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11월부턴 시장 직속의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원단을 꾸려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지역의 주택 시장 분위기는 아직 관망세가 지배적이다. 도 관계자는 "1기 신도시에서는 재건축 사업을 위한 지구 지정이 된 곳이 아직 한 군데도 없다"며 "건축된 지 30년이 넘은 일부 아파트들의 구조 안전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1기 신도시 내 아파트 단지들 중 재건축이 오랜 기간 지지부진한 경우 리모델링 사업으로 우회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분당은 물론 산본 등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지난 11일 리모델링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산본의 무궁화주공 1단지가 대표적이다.
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 사무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한 기대감에 일부 주민은 재건축으로 돌리려 하지만 최근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조합도 설립된 상황"이라며 "현재 (리모델링) 진행에 관한 '행위 허가 동의율' 달성(75%)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파트값이 떨어진 데다 재건축 가능성도 다소 높아진 상황에서 지금처럼 리모델링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도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의 속도는 아파트 단지 자체의 노후도는 물론 사업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 간 갈등 봉합에도 달려 있다"며 "지자체로서는 재건축 추진 요건이 적합하게 된 경우 주민 편의 차원에서 행정 절차가 최대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hj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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