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새해 벽두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언급하며 '선거제도 개혁'에 불을 붙이고 있다. 특히 김 의장은 '총선 1년 전에 완수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선거제 개혁의 운을 뗐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지역주의 타파와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 꾸준히 논의된 주제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다 보니,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만 깊어졌다"며 "정치 시작 전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선거제 개혁'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는 "소선거구제의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가 제안되고 있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해 선거법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늦어도 3월 중순까지는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내년 총선의 법률상 선거구 획정 시한인 올 4월 안으로 개혁을 완수한다는 구상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2월 중순까지 2개 이상의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고, 이를 국회의원 전원(299명)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논의·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 언론은 정개특위가 2월부터 선거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전국 순회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아직은 교섭단체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은 선거제 개혁 논의에 상반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부산 일정에서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장단점이 있기에 당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우호적으로 나왔다. 정의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저희도 줄곧 주장했던 내용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일부 원외(院外) 인사들은 선거제 개혁 논의를 반기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여와 야가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민주당에서도 상당 수준 검토됐던 사안"이라며 오히려 민주당이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던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선거제 개혁 논의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지역주의 타파에 기여한다고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며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하는 주제이면서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선거제 개혁의 경우 국회의원 300명의 이해관계가 각자 모두 다른 민감한 문제"라며 "국회의장이 아닌 거대 양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게 가장 큰 난관이다"라고 부연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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