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청바지에 헐렁한 셔츠 무심한 듯 둘러맨 에코백. 한쪽 품에는 종이봉투로 포장한 빵 몇 조각. 요즘 어디서나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과거 에코백과 종이봉투가 다소 올드한 느낌이었다면 이제 이들은 감성을 입고 일상에 안착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착용해도 어색하지 않고 게다가 '친환경적'이라는 일종의 자기 위안감까지 심어준다.
본래 에코백은 지난 2007년 영국 패션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가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닙니다'라고 쓰인 캔버스 천 가방을 내놓으며 시작됐다. 지나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종이었다.
에코백과 종이봉투는 '친환경'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고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이를 배포하고 비치한다.
지난 2020년 싱가포르대 난양대 연구팀이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 )' 10월호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황색 종이봉투가 지구온난화에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은 재사용 비닐봉지보다 무려 80배나 높게 나타났다. 에코백은 10배, 일회용 비닐봉지 역시 에코백과 똑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닐, 즉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종이봉투와 에코백 사용을 권고하는 추세에 이게 무슨 당황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이유는 황색 종이봉투와 에코백의 생산과정에 있었다.
황색 종이봉투와 에코백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물과 자원의 양이 비닐봉투를 만들 때 보다 훨씬 많이 투입된다. 에코백으로 환경보호를 했다고 말을 하려면 가방 하나당 최소 131번은 재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낫다고 말 할 수 있다.
2018년 덴마크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각종 포장 가방이 재사용돼야 하는 횟수를 살펴본 결과, 비닐봉지는 최소 37회, 종이봉투는 43회로 나타났다. 반면 면으로 된 가방은 최소 7천100회는 사용해야 생산 시 발생시킨 오염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최근 에코백은 면보다는 합성섬유 또는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아 분해속도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무분별한 마케팅으로 에코백을 남발함으로써 쌓여있는 에코백만 늘어가고 종이봉투를 의식 없이 마구 사용하면 오히려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만 촉발한다.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만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한편 에코백 붐을 일으킨 영국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는 2020년 2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 이름은 '나는 플라스틱 가방입니다(I am a plastic bag)'.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홍수현 기자(soo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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