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군가와 말을 하고, 듣고,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 말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남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기본이다.
하루아침에 이 같은 ‘말하는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실어증 환자들이다.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와 단절을 의미한다. ‘나’를 표현하지 못하고 ‘너’와 소통이 되지 않다보니 단절과 함께 소외, 우울, 외로움 등이 한꺼번에 들이 닥치기도 한다.
실어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뇌졸중 후유증을 꼽는다. 뇌졸중 치료를 받고 회복된 환자의 25~40%에서 나타날 정도로 매우 흔한 후유증이 실어증이다.
실어증은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손상돼 말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기능이 떨어진 것을 말한다. 발음장애처럼 구강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와 다르다. 실어증은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뇌 중추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을 말한다.
손상된 영역에 따라 ‘베르니케 실어증’과 ‘브로카 실어증’으로 나눈다. 베르니케 영역은 좌측 측두엽에 존재한다. 이 부위가 망가지면 말은 하는데 의미가 없는 단어를 나열한다. 또 남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브로카 영역은 좌측 전두엽에 있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남의 말을 이해하긴 하는데 말을 하거나 쓰는 게 어렵고,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말수가 적어진다. 실어증은 뇌졸중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유승돈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이 부위에 혈류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가 죽는다”며 “실어증은 뇌졸중 치료를 받고 회복된 환자의 25~40%에서 나타날 정도로 매우 흔한 후유증이고 이외에도 뇌종양, 치매, 낙상,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으로도 실어증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에 종양이 생겼을 때 종양을 제거하면 주변부 언어중추가 눌려 손상되거나 해당부분이 제거돼 실어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어증은 치매와 우울증, 무감동인 경우와 혼동될 수 있어 구별할 필요가 있다. 치매의 경우, 초기에 언어기능만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단어 생각이 잘 나지 않고, 문법적 오류가 있을 때 실어증으로 혼동할 수 있다.
외상성 뇌손상에서도 우울감, 무감동, 의욕저하가 발생하는데 특히 전두엽에 생긴 외상의 경우에 흔하다. 사용하는 단어는 정상적인데 상대방의 질문에 반응이 없거나 매우 적어 실어증으로 오해할 수 있다.
실어증을 극복하는 데 있어 언어재활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뇌 자극치료와 약물, 언어치료를 복합적으로 잘 해주면 언어 회복이 빠르다. 뇌졸중 후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치료 회수와 치료시간에 비례해 효과의 정도가 차이가 있다.
초기 3개월에 가장 많이 회복되는데 6개월 이후에도 어느 정도는 회복이 가능하다. 언어재활치료는 크게 언어치료, 뇌자극치료, 약물치료로 나눈다.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의 주변부나 반대쪽 뇌를 자극해 기능을 살리는 것이다.
재활의학과 의사가 처방을 하면 언어재활사(언어치료사)가 환자맞춤형 언어재활훈련을 한다. 뇌자극 치료는 의사가 직접하는 시술이다. 경두개자기자극(rTMS)은 전자기 코일로 발생시킨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비수술적 뇌자극법이다. 자기장의 자극 빈도를 조절해 대뇌피질의 활성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유 교수는 언어재활치료에 대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초기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며 “환자나 보호자가 겪는 어려움이 큰데도 국가나 사회 인식이 부족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재활 노력을 게을리 해 환자도 잘 이해가 안 되고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니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사회복귀와 직업복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실어증을 인식하고 재활의사, 언어재활사, 작업치료사 등 다학제 관점에서 평가하고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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