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카카오페이증권이 자본을 확충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위탁매매 수익성 악화로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공여 서비스 등 수익 다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첫 유상증자로 1천579억원을 마련하려 했지만, 실권주가 발생해 자금 조달 규모는 1천억원에 그쳤다.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으로 작용해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한동안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실적이 지속될 전망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27일 1천57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액면가 5천원의 신주 187만7천797주를 추가 발행하는 것으로, 총발행주식수의 19.6%에 달한다. 발행가액은 신주 1주당 8만4천71원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에서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자금 조달 규모는 1천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카카오페이(63.34%), 신안캐피탈(21.97%), 주요주주 박지호(10.46%)씨, 기타주주(4%)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주주는 해당 기업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주주를 말한다. 이중 카카오페이만 유상증자에 참여해 1천억원을 출자했다.
앞서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해 세 차례(3·7·1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천42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로 지난해 전체를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실권주 발생으로 차질이 빚어지게 된 셈이다.
실권주 발생은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해 12월 약 1천469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때도 실권주가 발생해 1천20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작년 7월 진행한 유상증자에서는 신주 1주당 가격이 1만4천706원이었는데, 모회사인 카카오페이 상장(지난해 11월) 이후 신주 1주당 가격이 8만4천71원으로 5배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이번 유상증자에서도 높은 밸류에이션이 기준으로 잡힌 상태에서 자금을 조달해 실권주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카카오페이증권의 자본금은 2천604억원이 된다.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소형 증권사 SK증권(자기자본 6천506억원)과 유화증권(자기자본 5천212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이 같은 행보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통해 외형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의 경우 자본이 수익의 재원이기 때문에 흑자 상태가 유지돼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카카오페이증권은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로 각각 132억원, 131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4분기와 지난 1분기에도 각각 44억원, 1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45억원에서 109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증권의 실적 부진은 국내 증시에서의 거래대금 감소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지난 2분기에는 카카오페이증권 MTS가 정식 출범(지난 4월 14일)된 이후의 첫 분기이기 때문에 전년 동기 대비 99.3% 감소한 실적은 채널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환차익으로 인해 트레이딩과 상품손익은 개선됐지만, MTS 출범 등으로 인한 판관비 증가로 경비율은 아직도 200%대에서 머무르고 있다"면서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이익결손금 확대 폭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증권은 실적 개선을 이뤄내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늦었지만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2일 신용거래융자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개인당 한도는 최대 20억원, 담보유지비율과 상환기간은 각각 140%, 90일이다. 기간별 이자율은 1~7일(연 4.5%), 8~30일(연 7.50%), 31~90일(연 8.00%), 91일 이상(연 8.50%) 등이다. 연체이자율은 연 최대 9.9%로 책정했다.
다만 신용공여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흑자전환을 위해서 더 많은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의 신용공여 이자수익률을 8.0%로 가정했을 때 유상증자 전 자본(1천680억원) 기준 흑자전환을 위해서는 98억원의 추가 이자수익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필요한 추가 자본은 약 3천230억원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1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2천230억원의 자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증권과 같은 인터넷전문증권은 키움증권의 선례와 같이 빠른 모객과 신용공여 확대를 통해 벌어들인 이자손익으로 판관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며 "다만 신용공여는 자본의 100% 이내에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결국 자본 확대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신용공여뿐 아니라 MTS 고도화 등 고객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운영자금 마련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증자를 단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추가 증자 계획을 이야기하기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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