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노동계가 사용자의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소위 노란봉투법) 통과를 주장하고 나서자 경영계가 안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또 산업 현장에서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해 대규모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합리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정 교수에게 의뢰한 '불법파업·파행적 집단행동의 폐해 및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은 집단적으로 근로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정상적인 업무의 운영을 저해하는 수준에 그쳐야 하나,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노조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해 물리적 충돌이나 재물손괴를 동반한 불법행위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사례로 사업장 점거, 공공시설 점거, 봉쇄·물류방해 등 업무방해, 고공농성, 폭행·재물손괴 등을 꼽았다.
또 쟁의행위 중에선 '정치파업'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동조합이 공공단체 기관에 대해 근로자의 특정한 정치적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파업인 만큼 쟁의행위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명백히 불법이라고 봤다.
보고서는 "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명확하게 추구하는 등 원칙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직접적인 근로관계에 있지 않은 원청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에 돌입하는 행위 또한 명백히 불법이므로 이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노동법은 1953년 당시 집단적·획일적 공장 근로를 전제로 설계된 전근대적인 규범으로, 노사관계가 불안하게 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며 "형평의 원칙(무기대등 원칙)에 입각해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형벌규정을 삭제하고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적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체계를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대체근로의 허용 필요성도 주장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 사용자는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하거나 또는 도급·하도급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는 노사간의 무기대응의 원칙에 위배되며 사용자의 최소한의 조업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허용돼야 한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규정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의 가해자로 설정하고 형사적 처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보고서는 노사형평의 차원에서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신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는 처벌주의를 배제하고 있고, 부당노동 행위 대상자에 노조를 포함시킨 사례도 있다.
최근 대우해양조선 사태를 계기로 파업손실에 대한 손배소(손해배상소송)·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이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무리한 법 해석으로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헌법상 노동기본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며 "단체행동권 또한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헌법상의 노동기본권도 재산권과의 균형을 고려해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면책이 될 뿐"이라며 "노동기본권 행사라는 명목하에 명백한 불법행위에까지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기존 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입법으로, 비교법적으로도 이러한 입법의 유래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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