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20일 국회에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실시된 가운데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취소' 논란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양당은 이외에도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대북 정책 등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조문 취소 논란과 관련해 "어쨌든 사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서 일정을 조정하지 못한 건 외교 무능이고, 대통령의 치밀하지 못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를 두고 "모든 건 영국 왕실과 조율된 사항이었다"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도 윤 대통령과 같은 방식으로 조문을 마쳤다고 해명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도착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궁전을 찾아 참배하고 조문록을 작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런던 도착 후 교통 사정을 이유로 18일 참배를 취소하고 조문록 작성을 장례미사가 끝난 19일 이후로 변경해 논란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이 18일 참배를 마친 일과 대비되면서 야권에서는 '외교 무능'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조문 취소 논란에 대한 야당의 공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조문에) 늦게 도착하는 정상들에 대해서는 런던 현지 사정을 감안해 왕실에서 다음 날 참배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며 "(조문 다음날에) 성당에서 했던 장례미사가 진짜 장례이고, 국장(國葬)이라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그곳에 외국 정상들과 같이 참석했다"고 변호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외교라는 대외적 문제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야가 한마음으로 (대응)해주면 그만큼 대한민국이 강한 추진력으로 외교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사태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정부를 질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7월부터 (IRA) 입법을 시도했는데 대사관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민홍철 의원의 지적에 한 총리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한민국이 (IRA 추진에) 제일 빨리 반응했다"고 해명했다. 'FTA 공동위나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윤상현 의원의 지적에는 "둘 다 가능은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양국 대화에 집중하자는 입장이다. 한미 간 대화 진행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대북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 시기 이뤄졌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민 의원의 주장에 "기본적으로 항상 (대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그러나 국가를 보위하기 위한 억지력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가져가야 한다, 희망에 기초만 해서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전제로 한 현실적 대북 외교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민 의원이 윤 대통령이 최근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한 것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냐"고 묻자 한 총리는 "개인적으로는 필요에 따라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야 한다고 본다"며 "정상회담도 열려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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