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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칠 땐 언제고 왜 이제와서"…삼성重 등 공정위 신고의 속내


조선업계 장기불황에 타업종 인력 이탈도 가속화…공정위 신고 싸늘한 시각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선박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며 조선업의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업체들 사이에 '인력 유출'에 따른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 조선 4사가 현대중공업 계열 3사의 '인력 빼가기'를 문제 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0년 인도한 17만 4천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0년 인도한 17만 4천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일각에서는 조선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력 이탈이 타업종으로 꾸준히 발생해 왔다는 지적과 함께 무엇보다 각 조선사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적절한 처우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한조선, 케이조선 등 조선 4사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 3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자사의 기술 인력을 유인하고 채용해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들은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현대중공업 계열 3사가 각 사 주력 분야의 핵심인력 다수에 직접 접촉해 이직을 제안하고 통상적인 보수 이상의 과다한 이익을 제공하면서 일부 인력에 대해서는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채용 절차상 특혜까지 제공하는 등 부당한 방식으로 인력을 대거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신고 회사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공정 및 품질 관리에 차질을 야기해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향후 수주 경쟁까지 크게 제한하는 등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활동방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고 회사 중 한 곳은 올해 들어서만 현대중공업 계열 3사로 유출된 인력 규모가 7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들은 2014년 조 단위 적자를 시작으로 2016년 이후 오랜 기간 수주 절벽이 이어지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까지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10년간 누적 순손실이 7조7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분기 자본총계는 1조5천483억원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를 제외하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장기간 실적 부진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국내 조선사들이 장기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조선업 관련 종사자 수도 급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20만4천331명이었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작년 말 기준 9만2천687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에 국내 조선 업체들의 신규 수주 물량이 크게 늘고, 올해부터 수주 선박의 본격적인 건조가 시작되면서 조선업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경쟁사 간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사들의 공격 대상이 된 현대중공업 조선3사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도 수시로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동종업계 1위로, 처우나 전망이 상대적으로 나은 현대중공업 측에 인력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며 나머지 경쟁업체들은 조급해진 상황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에 남은 직원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점도 최근 높은 이직의 배경으로 꼽힌다. 2015년부터 7년간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1% 안팎 수준이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상반기 성과급을 지급할 때까지 지난 7년간 성과급 지급을 중단했고, 2016년 이후 기본급을 동결하는 등 실질적인 임금 수준이 하락했다.

연구개발비 등 미래에 대한 투자 부족도 기술 인력의 이직 여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조선 3사의 연구개발비 추이를 살펴보면,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2018년 708억원에서 지난해 925억원으로 연평균 9.32%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495억원에서 516억원으로 연평균 1.39%, 대우조선해양은 650억원에서 723억원으로 연평균 3.61%의 증가율에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경쟁사들의 '인력 빼가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사는 타사에서 부당하게 인력을 채용한 바 없으며, 경력직 채용은 통상적인 공개 채용절차에 따라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으로 진행됐다"며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면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정위 신고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조선사들이 조선업 불황기에 구조조정을 하며 인력을 대거 축소했고, 신규나 경력 채용도 진행하지 않아 최근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에 업무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처우나 미래 전망이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도 현재 채용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채용을 탓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인력 확보를 위한 적절한 유인책을 쓰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조선 4사가 동종업계의 '상도의 지키지 않았다' 비판하는 것을 넘어 현대중공업을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 더 이상의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내부 단속용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정위 제재를 기대한다기보다는 공정위 신고로 인력 유출 문제를 이슈화해 밖으로는 자사 직원들을 채용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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