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애매한 분위기에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새정부 출범 석 달도 안 돼 2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이 뒤숭숭한 현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출범 초기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이라는 파격적 소통 행보로 과거 대통령들과 확연한 차별화를 꿰했다. 하지만 되레 '불통' 이미지만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하기까지 채 3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이 기간 대통령의 언어는 변화를 거듭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을 맞던 지난 6월 사전에 '용산시대 개막과 10가지 변화'를 자체 선정하고, 이 중 첫손에 도어스테핑을 꼽았지만 취임 100일이 된 17일 별도의 홍보자료 조차 배포하지 않았다. 100일 보도 참고자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던 불과 며칠 전 대통령실 분위기와도 다른 것이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것"이란 게 대통령실의 자평이었다. 그러나 횟수를 거듭하면서 즉흥적 발언으로 관련 부처와의 정책 혼선이 일었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전 정권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검찰 편중 인사나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 등 '인사 실패'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대표적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5일 부실인사 지적에 대한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질문"이라고 하는가 하면, 7월 8일 외가 6촌 등 이른바 '사적인연' 채용 논란에도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캠프에서, 그리고 당사에서 공식적으로 열심히 함께 선거운동을 해 온 동지"라고 해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수시로 전 정권을 소환하기도 했다. '정치보복 수사' 관련 질문에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습니까"(6월 17일),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됐던 김승희 전 후보자의 자질 논란에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7월 4일)라고 하기도 했다.
정부부처와 정책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6월 24일 도어스테핑에서 고용노동부의 주52시간 개편 방향에 대해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발표된 게 아니고 보고도 받지 못했다라고 해 혼선이 빚어진 게 대표적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에게 보고가 안 간 이유'에 대해 "관련 보고를 못받았단 뜻이 아니라 (어제 노동부의 발표가) 중간 진행과정, 정책 방향에 관한 브리핑이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보도가 된 것인데, 대통령은 그것이 최종안이라고 보고 '내가 보고를 못받았나' 생각하신 것"이라며 해명에 진땀을 뺐다.
'메시지 관리 모드'에 들어간 건 7월 중순부터다. 많게는 7~8개의 질문에 답하던 것과 달리, 7월 15일 윤 대통령은 "2개 정도만"이라며 말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고, 비슷한 시기 정책과 홍보 전면에 나서는 '스타 장관', '스타 참모'를 적극 주문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내부총질' 문자 노출로 한바탕 논란을 치른 가운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곧바로 이어진 잦은 현장 일정과 여름휴가로 도어스테핑이 지난 8일 무려 13일 만에 재개된 것이다. 휴가 기간 지지율이 24%(한국갤럽·8월 5일 발표)로 더 떨어지자 윤 대통령은 '초심'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요즘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준비한 모두발언 형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질문의 수를 줄인 데 이어, 이번엔 곧바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기존 방식에서 변화를 준 것이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은 처음으로 사면 문제를 비롯, 집중호우 피해와 외교 일정에 대해 준비한 발언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는데 이는 먼저 화두를 던짐으로써 주요한 현안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돌발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노출도 자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읽힌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권력자가 국민들과 매일 같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인 만큼 (100일간) 도어스테핑 하나는 신선했다"라면서도 "형식은 좋았을지 몰라도 내용이 그렇지 못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부메랑이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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