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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일만 남았나"…韓·中 부품업계, 삼성·LG 발주량 축소에 '한숨'


디스플레이·MLCC·파운드리 등 부품업체 '비상'…쌓이는 재고에 가격 하락까지 겹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원자재 공급망 불안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IT 수요가 빠르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부품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TV, 스마트폰, PC 등의 재고가 쌓이면서 제조업체들이 칩, 디스플레이 등의 주문량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어서다.

TV, 스마트폰, PC 등의 재고가 쌓이면서 최근 제조업체들이 칩, 디스플레이 등의 주문량을 급격하게 줄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TV 출하량 목표를 4천500만 대로 잡았으나, 최근 4천200만 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TV 수요 감소를 이유로 2분기 디스플레이 주문량은 기존보다 200만~300만 장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3분기 주문량 역시 제품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해 이달 말까지 부품 구매를 일시중단하고 재고 파악에 나섰다.

LG전자 역시 올해 TV 출하량 목표치를 기존 2천400만 대에서 2천100만 대로 최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약 2천700만 대의 출하량을 기록한 것에 비해 대폭 낮아진 수치다. 특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출하량은 기존 500만 대 이상 목표에서 약 48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각 업체들이 이처럼 목표치 조정에 나선 것은 최근 TV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879만4천 대로, 전년 대비 474만3천 대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옴디아는 지난 3월 연간 TV 출하량이 2억1천163만9천 대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이번에 전망치를 더욱 낮췄다.

업체별로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삼성전자의 2분기 재고회전일수가 평균 94일로, 예년보다 약 2주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재고회전일수란 가전 재고가 매출로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길어질수록 부담이 크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재고자산은 7조9천959억원에서 10조2천143억원으로 27.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부터 생산라인 가동률이 작년보다 조금 떨어지는 등 전조 증상이 있었다"며 "고금리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주식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TV나 전자제품을 바꾸려는 수요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디스플레이 주문량 감소에 따라 BOE, CSOT, HKC 등 중국 3대 디스플레이 업체의 3분기 패널 생산량이 기존 계획보다 15.8% 줄어들 것으로 봤다. [사진=BOE]

업체들이 TV 생산량 조정에 나서면서 부품 업체들도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 패널 재고는 현재 16주 분량이 쌓여 있는 상태로, 재고를 10~12주 분량으로 낮출 때까지 디스플레이 패널 주문을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BOE는 최근 약 25%, CSOT는 약 20% 생산량을 줄였다. LG디스플레이와 이노룩스, AUO도 5~10% 감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옴디아는 6월 세계 LCD 패널 공장의 평균 가동률이 80%, 3분기 75%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디스플레이 주문량 감소에 따라 BOE, CSOT, HKC 등 중국 3대 디스플레이 업체의 3분기 패널 생산량이 기존 계획보다 15.8%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초기 생산 계획에 맞춰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던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문 축소에 맞춰 감산하기엔 이미 늦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 99.9%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OLED TV 출하량이 하향 조정되면서 TV용 OLED 패널 출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OLED TV 출하량 전망치를 779만 대로, 종전(846만 대) 대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TV용 LCD 역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에 TV용 LCD 패널을 4천300만 대 출하했으나, 지난해 2천만 대로 줄였다. 올해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남대종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패널 출하는 기존 계획인 1천만 대를 밑도는 800만 대로, 전년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라며 "올 하반기에도 수요 부진과 OLED 출하 지연 이슈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TV뿐 아니라 모니터, 노트북 역시 수요 감소가 예고되면서 델도 최근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CSOT, 대만 이노룩스, 샤프 등 공급사에 패널 주문량을 3분기부터 50% 줄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델은 올해 상반기 동안 모니터용 패널 2천만 대를 구매했으나, 1천500만 대만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트북용 패널은 2천300만 대를 구매했으나 노트북 출하량은 1천500만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델은 연간 모니터·노트북용 패널을 각각 5천만 대, 4천만 대 구매해왔다. 특히 모니터용 패널 시장에선 세계 주문량의 25%를 차지해 가장 큰 고객사로 꼽힌다. 노트북용 패널 시장에서는 HP와 레노버에 이어 3위다.

삼성전기 5G스마트폰용 슬림형 3단자 MLCC [사진=삼성전기]

전자제품의 수요 위축으로 전자기기 핵심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도 비상에 걸렸다. 소비자 제품용 MLCC 재고량은 최근 90일치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고, 하반기에는 가격이 평균 3~6%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는 올 초 중국 정부의 도시 봉쇄로 IT 기기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된 여파가 컸던 데다 하반기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업계도 분위기는 가라앉은 모습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은 최대 90%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뿐 아니라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의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업체는 TV,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완제품 수요 둔화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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