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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윈도 해방구"...한신대, '공개SW의 전초기지' 선언


 

"교내 모든 PC에 리눅스를 깔고, 학사행정을 위한 정보시스템도 모두 리눅스 기반의 공개SW로 운영하겠다."

이른바 '윈도 프리(Windows Free)' 선언이다. 도발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무모해보이기까지 한 이같은 선언이 국내 한 대학교에서 나왔다. 바로 한신대학교. 70, 80년대 유신 및 군부독재에 정면으로 맞서며 국내 진보진영의 이론적,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진보사학의 대명사인 곳이다.

한신대학교가 이번엔 '정보 민주화'의 기수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글과컴퓨터와 산학협정 제휴를 맺은 것을 시작으로 한신대는 '공개SW'라는 화두를 학교 이름 앞에 내걸었다. 그리고 향후 3년의 일정으로 학교 전체에 리눅스를 비롯한 공개SW를 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과연 한신대의 이같은 도전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동북아를 아우르는 공개SW의 전진기지로 거듭나겠다는 한신대의 비전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 한신대는 왜 '윈도 프리'라는 과격한 선언까지 하고 나선 것인가.

◆ 한신대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공개SW'

한신대는 올해 설립 65주년을 맞았다. 1939년 조선신학원으로 출발해 1951년 한국신학대학으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1980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관통하던 독재시절, 학생은 물론 교수들까지 독재에 항거해오면서 진보적 학풍을 이어온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3년 한신대는 설립 60주년을 맞아 21세기 학교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바로 '생명살림대학'이다. 이와 함께 세가지 특성화 영역을 설정했다. '인권', '평화', '정보화'가 그것이다. 한신대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세가지 특성화 영역 가운데 2005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정보화 부분이다.

특히 '윈도 프리'라는 도전적 선언과 함께 공개SW 전문 대학을 지향하고 나섬으로써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신대가 공개SW 특성화 대학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의 대명사 한글과컴퓨터와 만나면서부터. 워드 프로세서 업체에서 리눅스 기반의 공개SW 전문업체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던 한글과컴퓨터와 산학협정을 맺은 것을 계기로 한신대는 '공개SW 전진기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한신대는 이후 올들어서도 공개SW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1월에는 리눅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후지쯔와 산학협정을 맺었고, 지난 4월21일 한국정보통신인력개발센터(IHD)와 제휴를 맺고 공개SW 공인교육기관이 됐다.

공개SW에 대한 한신대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또한 그 열정의 바람은 전교 차원에서 불고 있다. 지난 3월 한신대가 주최한 '공개SW의 현황과 육성방안'이란 주제의 세미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신대의 인문사회학과 교수 3명이 패널로 참가해 공개SW에 대한 사회학 및 철학적 이론의 배경을 밝히고 나섰다. 철학과 윤평중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공개SW는 정보화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촉진시키는 IT 민주주의의 시발점"이라며 "공개SW 확산을 위한 인문·사회학적인 검토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개SW에 대한 애정이 단순히 IT 관련 학과나 대학의 일부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 대학 차원의 육성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한신대는 올 2학기 좀 더 규모가 큰 공개SW 관련 심포지움을 준비하고 있다.

한신대 기획처장 김성기 교수(컴퓨터학과)는 "IT 관련 학과 교수들 보다 인문사회학과 교수들이 더 적극적일 정도로 한신대의 공개SW 전략은 전교 차원의 캐치프레이즈"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선언 차원이 아니라 모든 역량을 공개SW에 쏟아 붓겠다는 각오다.

◆ 무모함인가, 과감한 도전인가

한신대는 올해부터 서버는 모두 리눅스 서버만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교내 실습실에도 리눅스를 설치하고, 학사행정 정보시스템도 단계적으로 리눅스 기반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현재 그룹웨어 교체작업을 진행중이다.

5월중에 교육부에 공개SW 특성화 대학을 신청할 예정이며, 이르면 2학기부터 늦어도 내년 1학기부터는 정보과학대학내 학부에 리눅스 관련 전공을 대거 신설할 계획이다. 한국정보통신인력개발센터와 제휴해 공개SW 공인교육기관으로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자격증 취득은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나아가 정해진 리눅스 관련 과목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졸업이 가능한 졸업인증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윈도 프리'라는 도발적 선언이 그저 선언 이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70~80년대 한신대의 정신이 '진보'였다. 디지털 사회, 정보화 사회에서 공개SW는 한신대의 이같은 정신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 선언 이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윈도 프리'까지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김성기 기획처장의 설명은 단호했다.

이같이 공격적인 도전에는 앞서 밝혔듯 인문사회학과 교수들의 적극적인 지지 표명에 힘입은 바 크다. 전통적으로 한신대의 주류를 형성해온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이 너나없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윈도 프리'라는 극단적(?)인 선언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에서 '윈도 프리'로 간다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시장의 현실이 그렇다. 정보시스템에서 윈도 기반 시스템을 제거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불편함이 크다. 더구나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대학에서 시장의 절대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윈도를 무시한다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신대의 생각은 단호하다.

김성기 기획처장은 "교육 차원에서 윈도를 배우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배우는 것과 쓰지 않는 것, 좀 더 중점적으로 배우는 것은 다르다"며 "교내 시스템을 공개SW로 전환하는 것도 단기간에 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칙은 분명하다. 앞으로 3~4년 후 공공 시스템은 모두 윈도 프리로 간다"고 잘라 말했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관점에서 한신대는 향후 사회는 '정보 민주화 사회'로 갈 것이며 그런 점에서 공개SW는 학술적인 연구가 절대 필요하며, 또한 현실적으로도 동북아를 중심으로 공개SW 관련 시장이 크게 형성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신대가 '동북아 공개SW 전진기기'를 내세운 배경에는 이같은 자신감과 전통적 학풍에 대한 자존심이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개SW는 물론 정보기술 분야는 그동안 기술 그 자체나 산업적 측면에서만 주목돼왔다. 그러나 진정한 IT 강국의 면모는 인문사회학적 이론의 뒷받침이 이루어졌을 때 가능해진다. 한신대의 '윈도 프리' 선언, 그리고 공개SW 특성화 대학으로의 도전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 인터뷰 김성기 기획처장

"'윈도 프리'의 원칙이요? 말 그대로 '윈도 프리'입니다. 앞으로 3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공공 사용부분은 모두 리눅스로 간다는 게 원칙입니다."

한신대의 '윈도 프리' 전략을 총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곳이 기획처다. 물론 전교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지만,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은 기획처가 맡고 있다. 김성기 한신대 기획처장(컴퓨터학과 교수)은 '윈도 프리'가 무모해 보인다는 질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은 인정하면서도 원칙적으로 집행하고 나가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김성기 처장과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리눅스 관련 교과목 개편 작업 및 공개SW 특성화 대학 신청작업 등으로 눈코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 '윈도 프리'라는 선언은 도발적이다. 솔직히 무모해 보인다.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결코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신대의 정신은 늘 남들이 하기 힘든 길을 걸어왔다. 그런 점에서 한신대의 정신과 잘 맞는 전략아닌가. 70~80년대 '진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한신대의 정신이었다면 이제 공개SW가 새로운 한신대의 정신이 될 것이다."

- 그렇다 하더라도 '윈도 프리'까지 선언할 정도인가. 현실적으로 윈도를 제외하고 정보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것이 가능한지도 생각해봤을 것 같은데. 응용 소프트웨어도 많이 부족하고. 또 학생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더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윈도 프리까지 선언하게 된 것은 우리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강력하게 드라이브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부족한 점은 이제 하나둘 채워갈 것이다. 응용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것은 전문기업들의 도움과 함께 한신대도 기업들과 손잡고 적극 개발할 것이다."

"공개SW는 시대의 대세라고 본다. 플랫폼 인디펜던트는 대세다. 윈도도 조금씩 시장을 장악했다기 보다 일순간 대세처럼 시장을 장악했다. 지금 한중일 동북아 3국이 공개SW 육성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고, 분명히 승산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공개SW 인력이 많이 필요해진다. 한신대가 공개SW 인력을 적극 양성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산학협정을 통해 기업들에 관련 전문인력을 보낼 것이다."

- '윈도 프리'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어떤가.

"아주 구체적인 것은 작업중이다. 우선 올해부터 학교가 구입하는 서버는 모두 리눅스 서버가 될 것이다. 교내 실습실도 리눅스 기반으로 바꿀 것이다. 내년까지는 모든 실습실이 윈도와 리눅스 '멀티부팅' 시스템을 바뀐다. 행정부서의 시스템도 일단 윈도와 리눅스 병행시스템으로 단계적으로 간다. 향후 3~4년안에 교내에서 사용하는 공용 PC나 정보시스템은 모두 리눅스로 간다는 것이 원칙이다."

- 교과 개정도 준비중이라고 들었다.

"현재 작업중이다. IHD와 제휴를 맺어 리눅스 공인인증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이제 리눅스 과목을 개설하고 인증시험도 치를 것이다. 관련해서 행사도 공동주최할 것이다. 리눅스 자격증은 학점으로 인정한다. 리눅스 자격증 없으면 졸업이 안되는 졸업인증제도 적극 검토중이다. 이르면 다음학기부터 늦어도 내년학기부터는 실시될 것이다."

- 리눅스 관련 과목은 얼마나 신설되는가.

"1학기에 36학점, 2학기 30학점 정도로 신설할 것이다. 리눅스시스템, 리눅스 프로그래밍, 리눅스 실무 프로젝트, 임베디드 리눅스 시스템 등의 과목을 생각하고 있다. 주안점은 실험실습을 강화한다는 것, 그리고 실제 유용한 과목을 개설한다는 것이다."

- 윈도 프리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머릿속으로는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직접 자신에게 불편하게 다가왔을 때, 이를 흔쾌히 감수할 수 있겠는 가 하는 점이다. 지금은 구호나 박수로만 그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를 위해 전교적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 학교 차원에서 특성화 대학까지 가겠다고 했다면 공감대는 형성된 것 아닌가.

"그렇다. 한컴과 제휴이후 공개SW를 한신대의 특성화 영역으로 끌고 가자고 교무회의에서 제안했을 때, 거의 만장일치로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줬다. IT 관련 제안에 이렇게 전교적인 호응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 오히려 인문사회계열 교수님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많이 지켜봐달라."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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