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300조 퇴직연금]㊥ 공짜 점심은 없다…수익률 경쟁 본격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메기효과 기대…머니무브 빨라질까

300조원. 쉽게 상상하기 힘든 숫자지만, 대다수 직장인의 일상에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 숫자다. 이는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를 추정한 수치로,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만약 300조원의 돈이 10%의 수익률을 올린다면 그 수익 규모만 30조원이다. 하지만 국내 퇴직연금 상품의 작년 연평균 수익률은 2%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직장인들의 퇴직 후 노후생활을 책임져야할 연금이란 점을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키로 했다. 지금부터 '디폴트 옵션'에 대해 살펴보자.[편집자주]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현대인의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퇴직연금과 관련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보단 안정적으로 원금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뒀다. 실제로 대다수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1~2%대에 머물러 있다.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으로 퇴직연금이 높은 수익률에 기반한 안정적인 노후 대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퇴직연금이 디폴트옵션을 통해 노후소득원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픽사베이]
퇴직연금이 디폴트옵션을 통해 노후소득원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픽사베이]

◆2% 쥐꼬리 수익률…'노후 소득 목적' 상실

11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2.00%로 집계됐다. 최근 5년과 10년으로 기간을 넓혀도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1.96%, 2.39%를 기록하며 2% 안팎에 그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물가상승률(2.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예·적금이나 보험 상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심의 운용 방식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은 전체 적립금(295.6조원) 중 86%를 차지했다.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1.35%에 그쳤다. 반면 펀드나 주식 투자 등의 방식으로 돈을 굴리는 실적배당형(원리금비보장형)의 수익률은 6.42%를 나타냈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현재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15%도 안된다"며 "연금은 노후소득을 목적으로 하는데, 2%대의 낮은 수익률은 최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원금을 까먹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10년 누적 장기수익률을 살펴보면 DC형의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은 평균적으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금융감독원]
10년 누적 장기수익률을 살펴보면 DC형의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은 평균적으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금융감독원]

◆원리금 보장형-비보장형 10년 수익률 '2배 차이'

퇴직연금 상품의 전체 수익률은 2%대에 머물러 있지만 제도유형별, 운영방법별로는 수익률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은 제도 유형별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구분된다. DC는 기업이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운용방법에 따라선 원리금 보장형과 비보장형으로 나눠진다.

원리금보장형과 비보장형의 수익률 차이가 큰 DC형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적립금 상위 10개 금융사(은행·보험·증권)의 평균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이 1.39%, 비보장형이 -0.5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을 넓혀보면 수익률은 엇갈린 결과를 나타낸다. 3년 누적 원리금보장형의 평균 수익률은 1.66%에 그친 반면 비보장형은 9.27%의 높은 수익률을 냈다. 10년 누적 수익률은 비보장형이 4.33%를 기록해 원리금보장형(2.40%)을 2배 가까이 앞섰다.

◆ '디폴트옵션'으로 퇴직연금 기능 강화 기대

이런 가운데 오는 12일부터 DC형과 IRP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투자 성향에 따라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퇴직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과 자산운용사 등 상품 제공자들의 펀드 등 상품 개발 노력 등으로 수익률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상품은 타겟데이트펀드(TDF)다.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펀드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젊은 나이엔 주식의 비중을 높여 고수익률을 추구하고, 은퇴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 안정적인 채권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윤석명 회장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 옵션 도입으로 TDF와 같은 상품을 선택하면 보다 안정적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전체적인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퇴직연금 사업자들 간의 수익률 제고 노력으로 메기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익률을 고려한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 증가로 기존 은행·보험에서 금융투자권역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더 가속화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별 적립금 비중을 살펴보면 은행이 50.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생명보험사(22.0%)와 손해보험사(4.8%) 등 보험사 26.8%, 증권사 21.3% 순으로 나타났다.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실적배당형의 경우 상품에 대한 운용 노하우가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디폴트 옵션으로 펀드를 갖고 오더라고 계속 모니터링하고, 성과를 평가하면서 교체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증권사가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기준 금리가 오르고 있어 일각에선 '원리금보장 상품이 더 좋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그러나 퇴직연금은 1~2년 단기로 보는 상품이 아니고,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이런 시기에 디폴트옵션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짜서 향후 변동성을 줄이도록 운용하면 지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300조 퇴직연금]㊥ 공짜 점심은 없다…수익률 경쟁 본격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