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애플이 올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통 채널 확대와 함께 지난해 시장에서 철수한 LG전자의 빈틈을 노리고 마케팅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중으로 LG전자 자체 유통점인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자급제 모델 판매를 시작한다. 애플은 지난해 8월부터 LG베스트샵 매장을 통해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통신사 모델만 선보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자급제폰 도입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 이에 화답하고자 LG전자와 애플이 최근 합의를 통해 이처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고객들이 통신사 모델뿐 아니라 알뜰폰 요금제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LG베스트샵을 찾은 '아이폰' 고객들의 선택 폭도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애플의 이 같은 결정은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점유율을 좁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77%로, 전년 동기 대비 10%p 늘었다. 지난해 7월 휴대폰 사업을 접은 LG전자의 점유율(작년 1분기 10%)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이다. 반면 애플은 1년 전과 동일한 22%에 머물렀다.
이에 애플은 자급제폰으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국내 자급제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제품 선택폭을 넓혀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분위기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12월 국내 자급제 단말기 이용자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가전양판점 전자랜드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자급제 단말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에선 전년 동기 대비 약 3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지난 2019년부터 자급제 단말기를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의 자급제 단말기에 대한 니즈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이 같은 분위기 탓에 매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급제 단말기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MZ세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MZ세대는 결합 상품 대신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휴대폰을 구매할 때도 특정 서비스에 얽매이지 않는 자급제 단말기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 국내 출시가 자급제 폰 판매 비중을 더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은 '아이폰13'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자급제 비중을 기존 20% 미만에서 이번에 30~40%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애플은 전국에 4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LG베스트샵에도 자급제폰을 판매함으로써 '갤럭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 올 들어 유통 채널 확대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애플스토어 3호점을 서울 명동에 오픈한 애플은 조만간 서울 잠실에 4호점도 개점할 예정이다. 또 최근에는 11번가와도 공식 판매 계약을 체결해 '애플 브랜드관'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애플 공인 리셀러 등록은 쿠팡에 이어 11번가가 두 번째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국내 애플스토어 추가 개점과 LG베스트샵 제휴 등 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강력한 우군을 확보했다"며 "지난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굳어진 삼성전자와의 양강 구도에서 소비자 접점 확대로 국내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애플은 중저가 라인업인 '3세대 아이폰SE' 모델도 올해 국내에 출시했다. LG전자 철수 이후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올 초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과 손잡고 '아이폰'의 카메라 성능을 강조한 단편영화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30분 길이인 이 영화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 13프로'로 촬영한 것으로, 시네마틱 기능이 활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머뭇거리는 사이 LG전자의 빈자리를 사실상 삼성전자가 대부분 차지했다"며 "연초부터 마케팅 활동 강화, 오프라인 매장 확장 등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애플이 올해 국내 점유율을 얼마나 더 끌어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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